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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바닥에서 괜찮다는 말이 필요할 때 - 허지웅 [허지웅 칼럼] 삶의 바닥에서 괜찮다는 말이 필요할 때 누군가 내게 질문을 해왔다. 지금이 밑바닥이라는 걸 어떻게 알 수 있나요. 나는 대답했다. 더 이상 자존심이 상하지 않을 때가 밑바닥인 것 같습니다. 거기 이르고 나면 여기서 더 망해봤자 크게 달라질 것도 없으니 생존을 위해 어떤 노력이라도 할 수 있는 몸 상태가 됩니다. 배고픈 건 주워 먹으면 되고, 기분 나쁜 건 내가 못났으니까 하고 넘기면 됩니다. 어떻게든 살아야 하니까 뭐든 할 수 있고 또 뭐든 최선을 다해 열심히 할 수 있습니다. 진짜 문제는 그렇게 삶이 알려준 값비싼 교훈이 영원히 지속되지 않는다는 데 있다. 바닥을 찍고 고비를 지나 안정을 되찾게 되면 우리는 매번 처음으로 돌아가게 된다. 머리로 알더라도 행동이 따라주지 않는다. 입으로는.. 2022. 9. 21.
버티는 삶에 관하여 中, <록키>시리즈에 투영된 스탤론의 부침 - 허지웅 버티는 삶에 관하여 中허지웅 / 문학동네 시리즈에 투영된 스탤론의 부침 시합을 만류하는 에이드리언에게 발보아는 말했다. "시합에서 져도, 머리가 터져버려도 상관없어. 15회까지 버티기만 하면 돼. 아무도 거기까지 가본 적이 없거든. 종소리가 울릴 때까지 두 발로 서 있으면, 그건 내 인생에서 처음으로 뭔가를 이뤄낸 순간이 될 거야." 에서 록키 발보아의 목적은 오직 하나, 15라운드를 끝까지 버티는 것뿐이었다. 그는 끝내 경기에서 패배하지만 결국 승리보다 더 값진 걸 거머쥔다. 그건 이 영화의 미덕이자 영리한 점이었다. 당시의 젊은 관객들은 승리 자체보다 그 과정의 정당함과 정치적 올바름에 대해 고민하는 걸 좋아했다. 덕분에 스크린 역시 반-영웅 캐릭터들이 온통 수놓고 있었다. 스탤론 스스로 반-반-영웅.. 2015. 11. 26.
버티는 삶에 관하여 中, 후루야 미노루 작품 속의 인생 리셋 버튼 - 허지웅 버티는 삶에 관하여 中허지웅 / 문학동네 후루야 미노루의 작품세계는 늘 이와 같은 화두를 관통해왔다. 그의 초기작이자 출세작인 는 막무가내의 화장실 개그물로 치부되는 경향이 있다. 그러나 그조차 정수는 어른들의 세계를 향한 막연한 동경과 현실과의 괴리, 그리고 소년들의 왁자지껄한 난장 이후에 찾아오는 덧없음에 있었다. 초창기 후루야 미노루 작품의 주인공들은 대개 무책임한 어른들의 영향 아래 놓여 있으되 자기 힘으로 삶을 일구어내고자 하는 의지를 드러내곤 했다. 나아가 좋은 어른이 되고 싶어하고, 그렇다면 좋은 어른이란 무엇인가를 고민하는 모습이 종종 포착되었다. 은 에서 에 이르는 초기 3부작 가운데 그러한 메시지를 가장 집약적으로 드러낸 역작이었다.주인공 형제가 아저씨에게 두드겨맞고 실컷 눈물을 쏟은 .. 2015. 11. 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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