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만의 잠재된 창의성을 발견하는 법
<조금 다르게 생각했을 뿐인데>
바스 카스트 지음 / 정인회 옮김
천재들의 작업 습관 법칙
뇌는 현재 우리의 내면에서 주목을 끌고 있는 문제와 주제에 대해 오프라인 상태가 돼야 즉흥적으로 가장 잘 반응한다. 이는 휴식이 효과를 발휘하려면 창의적인 프 로젝트에 동원돼야 함을 의미한다. 창의적인 사람들의 작업 방식을 살펴보면 이 말이 무엇을 뜻하는지 잘 알 수 있다.
흔히 창조적인 작업, 특히 예술가의 작업에 대해 우리는 9시에 출근해서 5시에 업무를 마감하는 사무직원의 단조로운 일상과 정반대로 생각한다. 참된 예술가는 예술의 여신이 영감을 전할때 즉흥적으로 일한다고 말이다. 이런 관점에 따르면 영감은 강요한다고 생기는 것이 아니며 좋은 발상은 우리가 원해서가 아니라 스스로 샘솟아 나오는 것이다. 하지만 현실은 이런 상투적인 생각과는 약간 다른 것 같다. 유명한 예술과들과 창조적인 인물들의 작업 습관을 연구하다 보면 처음에는 마치 틀에 박힌 사무직원들을 보는 것 같은 인상을 받을 수도 있다.
일본의 작가 무라카미 하루키는 소설을 집필할 때 새벽 4시에 일어나 5~6시간 동안 쉬지 않고 일한다. 오후에는 조깅을 하거나 수영을 하고 책을 읽고 음악을 듣는다. 밤 9시나 10시에는 잠자리에 들고 다음 날이 되면 이 과정이 똑같이 반복된다. 이는 소설이 완성될 때까지 정확하게 지켜진다. "나는 매일 어김없이 이 일정을 지킨다. 그러다 보면 반복 그 자체가 중요해진다. 반복은 일종의 최면이다. 나는 반복 과정에서 최면에 걸린 듯 더 심원한 정신 상태에 이른다."
당연히 모든 소설가들이 이렇게 하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많은 작가들이 무라카미 하루키처럼 작업을 했거나 하고 있다. 작가 토마스 만(Thomas Mann)은 아침 8시에 일어나 식사를 하고 9시가 되면 서재 문을 닫고 작업을 시작했다. 이때부터 정오가 될 때까지 어느 누구도 접근이 금지됐다. 방문객은 물론이고 전화도 받지 않앗다. 가족에게조차도 그의 작업을 방해하는 것이 허용되지 않았다. 이 때문에 아이들도 쥐 죽은 듯 조용히 지내야 했다. 그는 그 시간에 정신이 가장 맑았기 때문에 그동안 뭔가를 써내기 위해 스스로 엄청난 압박을 가했던 것이다. 이런 생황은 거의 매일 이어졌고 일요일이나 휴가 때도 마찬가지였다.
영국 작가 찰스 디킨스(Charles Dickens)의 작업 방식은 마치 공무원과 같은 인상을 준다. 그는 7시에 일어나 8시에 아침 식사를 하고 9시에 책상에 앉았다. 이때부터 오후 2시까지는 무슨 일이 있어도 자리를 지켰다. 심지어 아무런 발상이 떠오르지 않는 날에도 이렇게 했다. 디킨스의 동생은 형의 작업 방식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시청 공무원도 이보다 더 규칙적이거나 꼼꼼하지 않았다. 상상과 공상의 세계를 그리면서도 시간을 엄수했고 기계처럼 규칙적으로 행동했다. 단조롭고 따분한 틀에 박힌 일을 하는 사람도 이보다 더 정확할 수는 없었다."
엄격하게 규칙화된 작업 방식은 작가들만의 전매특허는 아니다. 미국의 저술가 메이슨 커리(Mason Currey)는 자신의 블로그 '일상의 습관(Daily Routine)'과 이 블로그의 글을 모아 출간한 책 <리추얼(Daily Rituals)>에서 위대한 창조자들로 손꼽히는 160여 명의 소설가, 작곡가, 화가, 철학자, 조각가, 영화감독, 과학자들의 작업 습관을 조사했다. 결론부터 말하면 이들 중 어느날 갑자기 창조의 여신이 문을 두드려 영감을 전할 때까지 기다린 사람은 거의 없었다는 것이다. 위대한 창조자들은 대부분 뇌를 활성화하기 위해 어느 정도 엄격한 작업 습관을 지켰다.
(중략)
차이콥스키는 점심 식사 후에 두 시간 산책을 했는데, 자주 생각에 잠겻꼬 멋진 악상이 떠오르면 지체 없이 기록해뒀다가 나중에 피아노로 연주했다. 베토벤도 그와 유사했다. 그의 비서인 안톤 쉰들러(Anton Schindler)는 이렇게 말했다. "베토벤은 새벽에 일어나 곧바로 작업에 돌입했다. 커피로 간단히 아침 식사를 끝내고 책상에 앉아 점심 식사를 할 때인 오후 2~3시까지 작업했다. 간혹 휴식을 취하기 위해 산책을 했는데, 그는 산책하면서도 작업했다. 반 시간 또는 한 시간이 지난 후 새로운 악상을 가지고 집으로 돌아와 작곡을 했다. 벌이 들판의 꽃에서 꿀을 모으듯이 그는 들판을 산책하며 악상을 모앗다. 그리고 계절에 관계없이 항상 산책을 했는데, 춥거나 덥거나 비가 오나 햇볕이 뜨거운 날도 예외가 없었다."
찰스 디킨스는 오후 2시부터 세 시간에 걸친 긴 산책을 했다. 편안한 휴식같이 보이지만 사실은 작업의 연장이었다. 그는 시골길이나 런던 시내를 돌아다니며 소설의 줄거리를 구상했다. 그렇게 산책을 하면서 "표현할 그림들을 찾아다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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