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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구의 추억: 패배자가 아닌 '비운의 스타' - 이선희 中, 김은식

by ArthurDent 2019. 10. 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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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록에 대한 기억의 저항

 

 

  기록이 남기는 것은 노력이 아닐 뿐더러 실력도 아니다. 오직 성적일 뿐이다.

  따라서 세월이 흘러가고 남는 것은 결과일 뿐, 과정이 아니다.

  그러나 그 과정을 지켜본 사람들은 기록의 전횡에 결코 동의하지 못한다.

 

  딱 한 개, 아니 두 개의 만루홈런과 패전투수라는 '기록'이 다 담지 못하는 이선희의 실력과 노력과 책임감,

  또한 '기록'이 한순간에 가려버린 수많은 업적과 환희의 기억들을 도저히 놓아버릴 수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사람들은 '비운의 스타'라는, 여운이 긴 별명을 붙여 그들을 세월 속에 붙잡아둔다.

 

  우리는 그 비슷한 몇명의 이름을 떠올릴 수 있다.

  국제전 47연승의 신화를 이루고도 올림픽 무대에 단 한 번도 서지 못했던 유도의 윤동식,

  부동의 스트라이커로 다시 일어나고도 부상 때문에 월드컵 출전의 꿈을 또다시 접어야 했던 축구의 이동국,

  그리고 야구의 이선희.

 

  물론 그들은 승리자가 아니다.

  그러나 그냥 '패배자'라고 부를 수도 없다.

  그들을 기억하는 이들이 도저히 외면할 수 없는 노력과 실력이 그들에게 있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들은 '비운의 스타'다. 그들에 관한 기록을 볼 때마다,

  그들이 흘렸던 땀과 그 정직한 결과였던 실력이 채 반영되지 못했음을 우리는 떠올린다.

  이렇게 기억과 이야기로나마 그들을 추억하는 것이다.

  

  야구는 모름지기 기록의 스포츠다.

  그러나 우리가 사랑하는 것은 기록이 아니라 그것이 남기는 드라마다.

  그래서 종종 기록이 드라마를 담지 못할 때면 사람들은 기록과 맞서, 기억을 지키는 작은 저항의 진지를 구축하기도 한다.

  예컨대 '비운의 스타'같은 별명을 통해서 말이다.

 

  그렇게 기억과 기록이 맞서기로 한다면, 나는 언제나 기억의 편에 있을 작정이다.

  그렇지 않고서야 이력서의 숫자 몇 개로 낙인 찍혀 팔려 다니는 초라한 세상 속에서

  야구가 따로 무슨 즐거움이 될 수 있겠는가?

 

 

  [패배자가 아닌 '비운의 스타' - 이선희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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