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이노레드는 광고의 세대를 이어가겠습니다” 박현우 이노레드 대표
이노레드, 아이디엇에 전략적 투자로 업계 화제
글 최영호 편집장 | 매드타임스
광고회사가 꾸준히 좋은 크리에이티브를 낸다는 것은 정말 어렵다. 게다가 크리에이티브를 위한 크리에이티브가 아니라, 마케팅 전략에 부합하는 크리에이티브를 내는 것은 더욱 어렵다. 최근 마케팅의 성공을 가져오는 크리에이티브를 만드는 대표적인 회사로 인정받는 이노레드와 아이디엇이 손을 잡았다. 이노레드가 아이디엇의 날카로운 크리에이티브를 유지하면서, 건강하게 성장할 수 있도록 전략적 투자를 진행한 것. 그러면서 두 대표는 단순한 전략적 투자를 넘은 세대의 이어짐이라고 말한다. 이노레드는 왜 아이디엇에 전략적 투자를 했을까? 그리고 왜 세대를 잇는 것이라 할까? 이노레드 박현우 대표로부터 들어본다.
최근 아이디엇에 전략적 투자를 하셨는데요. 이노레드가 다른 회사에 투자를 한 이유는 무엇인가요?
투자는 협업의 한 유형입니다. 그중 전략적 투자는 다른 형태 협업, 즉 더 적극적이고 유기적인 모습을 띄는 협업이라고 생각합니다. 이노레드는 양사가 함께 만들어낼 수 있는 가치에 중점을 두고, 이노레드와 긍정적인 시너지를 낼 수 있는 각 분야에서 빛나는 가능성을 가진 팀들에게 전략적 투자를 제안하고, 협업하고 있습니다.
왜 아이디엇이었나요?
아이디엇은 저희 경영진들이 투자에 대한 의사결정을 할 때, 검토 시간이 오래 걸리지 않았습니다. 그만큼 아이디엇은 단기간 내에 광고업에서 이름을 알리고 검증된, 젊고 크리에이티브한 조직입니다. 아이디엇은 지난 5년간, 국내에서 가장 권위 있는 광고대회인 대한민국광고대상에서 총 여섯 번의 대상을 수상했습니다. 광고계 신예 그룹이 만들어낸 전무후무한 기록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하지만 우리가 아이디엇을 높이 평가하는 것은 그 성취에 대한 것이 아닌 ‘감각에 대한 신뢰’였습니다. 그 감각을 보유한 그룹이라면 앞으로 더 대단한 일을 벌일 수 있는 잠재력이 충분한 팀이라고 믿었습니다.
저는 2017년 대한민국광고대상 시상식장에서 처음 아이디엇 이승재 대표를 만났습니다. 그것이 인연이 되어 매년 시상식에서 만나 서로를 캐치 업했고, 저는 그들의 성장 과정을 지켜보며 흐뭇했습니다. 인하우스 에이전시가 전체 시장의 80% 이상을 점유하는 국내광고시장에서 그들이 크리에이티브 중심의 독립된 광고회사로 성장할 수 있는 가능성이 있지 않을까 나름 기대를 해왔던 것 같습니다. 그리고 우리는 작년 말부터 대화를 나누기 시작했고, 그때마다 우리의 기준점이 된 것이 있습니다. ‘재미있게 가치 있는 일을 하면서 풍요롭자’라는 아이디엇의 비전이 바로 그 기준점입니다. 이 비전을 듣자마자, 이노레드와 상당한 동질감을 느꼈습니다. 그 후, 우리는 서로의 시너지에 대해서 끝나지 않을 것만 같은 흥미로운 이야기를 나누었고, 비로소 더 가까운 사이가 되었습니다.
아이디엇에 투자 요청을 한 회사들도 꽤 있었습니다. 아이디엇이 이노레드와 손잡은 이유는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나요?
네. 아이디엇은 그야말로 인기 많은 회사더군요. (웃음) 아이디엇은 저와 만나기 시작하는 시점에 이미, 여러 대기업으로부터 인수 제안을 받고 있는 상황이었습니다. 그에 따라 이승재 대표의 고민도 컸던 것 같습니다. 하지만 이노레드의 제안은 앞선 회사들과 달리 경영권을 인수하는 형태나 아이디엇을 통해 상장이나 엑시트를 목표로 한다거나 그룹 내재화를 필요로 하는 것이 아니었습니다. 아이디엇이 아이디엇답게 더 멋지게 성장하는 것을 전제로 했고, 그 과정에서 시너지를 내며 서로의 성장을 지원하는 청사진이 담긴 제안이었습니다.
더불어 이노레드는 창업 15년 차의 독립광고회사로서, 아이디엇이 앞으로 경험하게 될 여러 시행착오를 사전에 줄여주고, 중요한 순간에 함께 고민을 나누며 더 좋은 답을 함께 찾아 나갈 수 있는 좋은 파트너가 되고자 했습니다. 이 대표의 결심 또한 많은 시간이 걸리지 않았습니다. 그는 그와 아이디엇의 미래를, 글로벌을 무대로 한 ‘더 멋진 독립광고회사’로서 더 가보기로 결정했습니다.
아이디엇과 이노레드는 어떻게 협력하실 건가요?
두 회사가 이번 전략적 투자로 연결되었다는 것만으로도 많은 분들에게 이미 긍정적인 기대를 받고 있는 것 같아 감사합니다. 하지만 투자에서 중요한 건, 투자의 순간 그 자체가 아니라 투자 이후의 함께 살아나갈 시간들이라고 생각합니다. 결국 어떤 투자가 얼마나 성공적이었는가는 그 이후의 시간들을 통해 검증받는 것일 테니까요.
우리 두 그룹은 각기 고유한 크리에이티브의 칼날을 가진 회사입니다. 그래서 각자의 크리에이티브에 대한 독립성 유지가 상당히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서로를 존중하는 마음이 있어야, 그 독립성이 잘 발현될 것입니다. 우리는 서로를 존중하는 좋은 협업을 해 나갈 것입니다.
협업을 시작한 지 한 달도 안 된 현시점에서, 이미 시너지가 꽤 발생하고 있습니다. 뉴 비즈니스에 대한 협업, 미디어에 대한 협업, 인사이트 공유, 경영의사결정에 대한 협의 등이 그 시너지의 실체입니다. 앞으로 2년 후쯤 ADZ와 인터뷰를 한 번 더 하게 된다면, 우리의 협업이 그동안 어떤 가치를 만들어왔는지 더 명현하게 말씀드릴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저도 그 인터뷰가 기대됩니다.
이노레드는 아이디엇 외에도 투자한 회사가 있죠? 이노레드가 투자한 회사들을 소개해주세요.
아이디엇 전에, 이노레드는 두 회사에 투자했습니다. 저희는 두 회사에 대한 감사함과 자부심이 있습니다. 처음으로 투자한 회사는 오피노마케팅(2020년)입니다. 전민우 대표가 이노레드 출신이어서 강력한 신뢰 관계가 기반되기도 했고, 오피노마케팅은 퍼포먼스 마케팅 분야에서 이미 입지를 견고하게 다진 팀이 었습니다. 투자 이후 상당히 빠른 성장과 시너지에 저도 놀랐습니다. 오피노마케팅은 이노레드의 전략적 투자 이후, 빅인사이트라는 마테크팀과 함께 하게 됐습니다. 이노레드 또한 빅인사이트(2021년)의 전략적 투자자로서 함께 미래를 만들어가고 있습니다.
두 번째 투자의 인연은 파울러스(2021년)라는 글로벌 크리에이티브 그룹이자, 메타버스 플레이어입니다. 파울러스는 이미 이노레드와 구글, 카카오뱅크, 매일유업 등의 캠페인을 같이 만들면서 시너지를 확인했습니다. 또한 작년 말 ‘리비월드’라는 ESG 메타버스 플랫폼을 론칭하면서, 거의 매일 우리에게 놀라운 뉴스를 전해줄 정도로 다이내믹이 대단합니다. 몇 차례의 미팅에서 열렬한 반응을 확인했지만, 파울러스는 오히려 성장을 절제하며 단단하게 플랫폼과 사업을 다듬어가고 있습니다.
이노레드의 투자 원칙은 무엇인가요?
저희에게는 세 가지 원칙이 있습니다.
첫째, 회사의 품격에 투자합니다. 먼저 CEO의 삶을 대하는 태도 그리고 업에 대한 철학을 최우선으로 고려합니다. 또한 회사의 비전, 기업문화, 구성원에 대한 생각의 깊이 등에 대해서도 함께 고려합니다. 서로에게 계속 배울 수 있고, 함께 하고 싶은 매력이 있는 팀인지 깊게 생각하고, 투자를 제안합니다.
둘째, 다음 세대에 투자합니다. 지금까지 투자한 팀들의 CEO 분들은 나이가 매우 젊습니다. 이노레드 역시 젊고 민첩한 정예 조직이기 때문에, 이미 완성된 성숙한 팀보다 잠재력, 가능성을 가진 미래의 탑티어 회사들에 투자합니다.
셋째, 최고의 퀄리티를 낼 수 있는 팀에 투자합니다. 우리 일의 파트너십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얼마나 큰 팀이 있느냐가 아니라, 얼마나 강력한 전문성을 가지고 있어서 완전히 믿고 맡길 수 있느냐입니다. 작은 팀이라도 완전히 신뢰할 수 있는 해당 분야의 가장 높은 전문성을 가진 팀에 투자합니다.
이노레드가 지향하는 비전은 무엇인가요?
이노레드의 비전은 Beloved Idea, Beloved Company (사랑받는 아이디어, 사랑받는 회사)입니다. 요즘같이 이 문장의 무게가 무겁다고 느낀 적이 없는 것 같습니다. 부침이 많은 시기이고, 시대정신의 변화가 큰 시기입니다. 완성하기 불가능한 비전일지도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그만큼 어려운 일이기에 추구할 만한 가치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이노레드는 이제 크리에이티브와 문화 그리고 더 나아가 보상 측면에서도 구성원들을 위해, 더 나아가려고 합니다. 우리 구성원들과 더 넓게는 파트너 회사들의 구성원들을 더 활짝 웃을 수 있게 만들어드리고 싶습니다. 탁월한 광고인들이, 광고인으로서 명예롭게 은퇴하고 싶은 마지막 회사가 되는 것이 제 목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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