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체 플래너가 고민하는 코로나 이후 광고 매체 변화
글 박두현 책임 | HS애드
변화는 눈 앞에서 서서히 다가오는 것 같지만, 진정한 변화는 뒤통수를 치듯 다가오기 마련이다. 코로나가 올 때도 그러했지만, 코로나 이후도 그럴 것이다. 그렇기에 지금 떠오르는 예상들도 그저 예상일 뿐이라고 생각하게 된다. (이 글을 보시는 분들도 그저 하나의 개인적 사견이라고 여겨주시길) 그럼에도 굳이 어떤 예상을 그린다는 것. 그건 갑자기 맞게 될 뒤통수를 대비해 움츠릴 수 있는 어깨 정도의 일은 할 수 있기 때문일 것이다. 조금은 덜 아플 수 있도록.
코로나 이후를 예상하기에 앞서, 코로나로 인해 벌어졌던 변화를 생각해본다. 광고 매체로서 코로나는 어쩌면 다행스러운 사건이기도 했다. 옥외 매체를 제외하고, 직접적인 소통이 줄어듦으로써 사람들이 가장 많이 만나게 되는 것은 사람을 대신하는 매체일 수 밖에 없다. 그 중에서도 내 손 안에서 가장 쉽게 만날 수 있는 디지털 플랫폼 매체들은 이전 어느 때보다도 많은 성장을 했다. 특히 넷플릭스로 대표되는 OTT매체는 구독 경제라는 새로운 용어를 일반화시키며 본격적인 대중화를 이뤘다.
넷플릭스의 콘텐츠인 ‘오징어게임’은 그간 디지털 콘텐츠가 대중적 회자성을 이루는 데 있어 기존 영화나 드라마와는 다른 공개 방식으로 인해, 짧은 기간 내 콘텐츠 확산이 어려울 것이라고 예상됐던 한계에도 불구하고 극중에 나왔던 의상과 가면이 곧바로 품절될 정도로 단기간 대중적 이슈성을 만들어 내는 데 성공했다. 디지털 매체는 보통 영화나 드라마의 다시보기 매체로만 여겨지던 데서 큰 전환을 만들어 낸 것이다.
또한, 매년 시청률의 하락을 걱정하던 방송 매체도 그 하락세가 다소 주춤해질 수 있었다. 과거 몇 년간 방송 매체의 고민은 사람들의 달라진 시청 패턴을 쫓아 가는 것이었다. 통상 프라임 타임으로 여겨지던 프로그램 편성 패턴은 곧 시청률과 같았지만, 지난 몇 년간 방송사마다 많이 바뀌었다. 프라임 시간대에 고정적이던 9시 뉴스와 10시 드라마는 시간을 1시간 앞당기기도, 1시간 늦춰 보기도 했고, 드라마가 아닌 예능을 편성하기도 하면서 방송 채널마다 자기만의 효과적인 편성을 찾는데 고민하게 됐다.
넷플릭스로 대표되는 OTT매체는 구독 경제라는 새로운 용어를 일반화시키며 본격적인 대중화를 이뤘다.
그러한 노력에도 불구하고 이슈성 있는 몇몇 케이블을 제외하고는 매년 10% 이상 떨어지던 평균 시청률은, 예상치 못한 코로나가 본격화되면서 다소 안도의 숨을 쉴 수 있게 됐다. 그러면서 디지털 플랫폼 비즈니스들의 니즈와 맞물려 매출도 최근까지 좋은 흐름을 이어나가는 것으로 보인다.
매체의 코로나 이후는 1차적으로 코로나로 만들어졌던 상황과 정반대로 예상할 수 있지 않을까? 사람들 간의 소통은 다시 늘어나고, 디지털 OTT 가입자는 줄고, 방송을 보던 사람들은 다시 방송을 보지 않게 되고, 사람들의 외부활동이 늘면서 옥외 매체는 다시 살아나는. 아마도 최근 몇몇의 흐름들은 이와 같은 사실을 증명하고 있다. 넷플릭스의 기대 가치 하락, 방송의 시청률 하락으로 인한 효율성 저하, 옥외 매체 매출 증가 등.
허나 이런 뻔한 것들보다, 더 거시적으로 매체가 어떤 방향으로 갈까에 대한 답은 매체를 보는 사람들의 변화로 짐작해볼 수 있을 것이다. 코로나 이후, 사람들은 개인적인 시간, 재택근무 등 라이프스타일의 변화 속에서 자기만의 시간대를 찾고, 자기만의 콘텐츠를 적극적으로 찾게 됐다. 물론 큰 회자성을 갖는 콘텐츠 역시 존재했으나, 트렌드라는 이름과는 다른 여러 취향을 확인하면서 새로운 요구들을 만들었다. 여성 서사의 작품들이 늘고, 고전적인 공식을 벗어나는 로맨스나 레트로물은 하나의 사례다.
물론 이전에도 존재했으나 더욱 증폭된, 이런 사람들의 변화를 중심으로 좀 더 생각해볼 수 있는 코로나 이후, 몇 가지 매체 변화를 예상해본다.
개인 콘텐츠 소비 취향에 따라 좌우되는 디지털 매체
넷플릭스는 각자의 취향의 시대에 가장 크게 성장한 매체다. 단, 넷플릭스의 지난 성장에도 사실 광고업계는 그다지 웃기 어려웠다. 그도 그럴 것이 디지털 매체에서 넷플릭스는 구독 모델, 즉 “광고 없는 매체”로 첫 성공을 거뒀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런 넷플릭스도 최근 광고 포함 요금제에 대한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그만큼 사람들의 직접적인 지불 의지를 기반으로 만들어지는 구독 시스템은 인쇄 매체에서도 그러했지만 산업으로서의 변동 위험성이 크다.
특히 인쇄 매체 시절에는 ‘실물성’을 토대로 내가 지불한 값에 맞는 실제의 실익이 눈 앞에 보였지만, 디지털 콘텐츠는 찾아서 보지 않는다면 보이지 않는 실익이기에, 적어도 현재까지는 지속적인 성장이 가능할까에 대한 고민이 깊다. (실제 디지털 구독 경제의 보편화를 말하는 지금도 말이다.) 이에 일부분만이라도 광고를 포함하면서 비즈니스 성장 모델을 안정화시킬 필요가 있다고 본다. 광고 비즈니스는 방송이나 인쇄에서도 그런 이유에서 성립되어 있는, 매체와 그것을 보는 사람들을 이어주는 안정적인 합의 모델이기 때문이다. 그랬을 경우, 넷플릭스도 광고를 보이는 하나의 매체로서 앞으로 다뤄져야 하겠다.
이 때 대두될 수 있는 광고 운영 방식은 그간 디지털 방식과는 조금 달라질 수 있다. 통상 효과적인 광고 집행을 얘기할 때, 대표적으로 언급되는 타기팅은 크게 2가지다. 바로 ‘콘텐츠 타기팅’과 ‘시청자 타기팅’ 방식. 디지털에서 과거부터 가장 많이 하는 방식은 광고를 보는 사람을 연령대나 성별, 그 이상의 특징을 구분하여 보다 유효한 사람들에게 노출 하는 ‘시청자 타기팅’이 일반적이었다. 그러나 최근 디지털 내에서의 콘텐츠 영향력이 증가하고, 한편으로 급하게 양산된 콘텐츠 속에서 실질적으로 영양가 높은 콘텐츠의 질을 따지는 경우가 늘면서, 오히려 ‘콘텐츠 타기팅’이 주가 되는, 그러면서 그 콘텐츠를 보는 사람의 성향을 고려하는 형태로 발전될 가능성이 높다. 특히 넷플릭스가 광고 매체가 됐을 경우, 그 가능성은 더욱 커지게 될 전망이다.
‘매스 vs 타깃팅’ 사이에서의 방송 매체
방송 매체는 오랜 기간 대표적인 ‘매스미디어’로 자리매김 해왔다. 최근 증가한 디지털 비즈니스 광고주의 방송 광고 집행 증가는 그간 타기팅 노출에 의존했던 디지털 광고가 단기간 이슈성을 만드는 데에 한계가 있었다는 진단에서 시작됐다고 본다. 즉, 타기팅 매체의 반대 급부로서, 방송 매체의 ‘매스미디어’ 성격을 다시금 확인하는 계기가 된 것이 현재의 방송 매체 상황이다.
우려되는 건, 최근 이렇게 방송 매체가 매스미디어로서 재확인되는 상황을 매체의 고유한 특성으로 내세우기 보다는, 아직은 보완적인 시도겠으나 시청자 타기팅 기법을 적용한 프로그래매틱 바잉을 도입하는 등 일련의 움직임들이다. 물론 지난 몇 년간 시청률의 하락을 보완하기 위해 지급되는 보너스율의 증가세가 너무 컸던 것도 사실이긴 하지만, 그렇다고 그것을 디지털 매체에서의 방식으로 방송 광고를 바꿔 파는 것은 그저 또 다른 하나의 디지털 매체로 밖에 시장에서 판단하기 어려울 것이다.
최근에도 방송의 주요 예능 프로그램, 주말 드라마 등은 지속적으로 보편적인 매스 미디어 역할에 충실하고 있다. 다만 그 외의 프로그램들은 보편적 시청에만 염두를 두면서 뚜렷한 시청층 확보가 되지 않은 채, 보너스급 프로그램의 양산처럼만 보인다는 문제가 있다. 오로지 성공의 공식에 맞춘 출연자와 예능 포맷들로 버무려진 프로그램은 기존의 방송 시청자들에게는 또 다른 프로그램이 될지 몰라도 그간 보지 않았던 사람들까지 불러모으긴 쉽지 않다. 이건 하나의 악순환이다.
보편적 시청은 다양한 사람들이 모여 하나의 ‘매스미디어’을 이루는 방식이지, 하나의 공식으로 하나의 ‘매스미디어’을 만드는 방식이 아니다. 심지어 가장 보편적이었던 뉴스마저도 모두에게 마음에 들어야 한다는 객관성과 사건과의 거리두기 강박이 최근 소외와 편가르기에 악용되어 그 모두를 놓치게 만들고 있는 건 아닌지 고민이 되는 시점이다.
다양한 콘텐츠야말로 매스미디어의 지위를 만든 방송
자신의 과거가 곧, 롤모델일 것
콘텐츠가 다양한 매체와 분산된 시청자들에게 소비되는 지금, 모두를 위한 방송은 어려운 일이긴 하다. 그러나 몇 해 전만 해도 방송 미디어를 다루는 광고회사 매체 플래너는 나름대로 위시리스트라는 이름으로 각각 광고주 타깃에 맞는 방송 프로그램들을 골라 운영 포트폴리오를 구성하고, 그것을 잘 분석해서 성과를 올리는 것으로 기획력을 인정 받았다. 그러나 지금은 무조건 방송을 하면 얼마 간의 보너스율로 더 혜택을 줄 수 있느냐의 치킨게임식 경쟁만이 남았다. 단순히 옛 시절을 그리워해서가 아니다. 생동력 있는 다양한 콘텐츠야말로 매스미디어의 지위를 만든 방송 자신의 과거가 곧, 롤모델일 것이라는 얘기다.
앞서 디지털과 방송 매체의 변화보다 사실 더 중요한 게 있다. 디지털에서도, 방송에서도 향후 콘텐츠 타기팅에 대한 방향성이 큰 변화의 흐름으로 작용한다면, 지금까지 보편성을 염두에 두고 만들었던 TV 광고제작 방식 역시 큰 변화가 필요하다. 지금까지는 잘 만들어진 ‘TV광고의 마스터 피스’가 방송이나 디지털 모두를 포괄했던 것이 대부분이었다. 그러다 보니 많이 요구 받았던 매체의 과제가 방송과 디지털의 배분율에 대한 것이었다. “전체 예산이 얼마인데, TV는 얼마고, 디지털은 얼마여야 하나요” 이런 질문에 대한 대답 말이다.
그러나 이 공식을 만들게 했던 주체인 TV가 하나의 목소리보다는 각각의 목소리 묶음 형태의 매스미디어 방식을 지향하고, 디지털 역시 기계적으로 효율성에만 맞추던 시청자 중심의 타기팅을 벗어나 각각의 보는 사람들에 맞는 콘텐츠 중심의 형태로 진화하게 된다면, 매체에서의 운영 방식 변화 못지 않게 왜 그렇게 매체를 운영해야 하나를 실제로 증명할 디테일한 메시지의 개발이 절실하다. 메시지 전략이 갖는 핵심 아이디어는 유지하되, 각각의 사람들에게 맞는 니즈와 전달 방식을 다양하게 함으로써 콘텐츠 타기팅이라고는 하나, 궁극적으로는 사람들이 불편하지 않게 맞춤 메시지를 발신하는 형태가 곧 주된 광고 형태가 되지 않을까.
이렇게 코로나 이후 좀 더 거시적 매체 흐름을 이와 같이 조심스럽게 예상해본다. 한 가지 잊지 말아야 하는 건, 다시 한 번, 변화는 반드시 서서히 다가오지 않는다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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