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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nsumer Insight : 위안을 얻고 자신의 가치와 생활수준을 높일 수 있는 작은 사치품에는 과감하게 투자하는 편향적 소비성향

by ArthurDent 2015. 3.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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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nsumer Insight 

위안을 얻고 자신의 가치와 생활수준을 높일 수 있는 작은 사치품에는 과감하게 투자하는 편향적 소비성향


글 ┃ 박성희 한국트렌드연구소 책임연구원


장기불황, 저성장, 미래에 대한 불안은 소비자들의 지갑을 닫게 만드는 중요한 배경이 되고 있다. 그럼에도 소비자들의 지갑을 열게끔 하는 작은 사치품이 존재한다. 보스턴컨설팅그룹에서 내놓은 책 [트레이딩 업 trading up]이 나온 것이 2003년이다. 소비자들이 가장 많이 몰리는 중저가 제품 시장이 역동적인 변화를 겪으며 좀 더 고가의 제품, 이른바 ‘뉴럭셔리’ 시장이 열리는 현상을 그들은 ‘트레이딩 업’이라고 불렀다. 실제로 당시 시장은 일반적인 피라미드 시장구조(저가 제품이 많이 팔리고, 그 다음 중저가, 꼭대기에 럭셔리 제품군이 있는 구조)에서 벗어나 양극화되면서 모래시계형으로 변화하는 움직임을 보여주었다. 중간지대가 줄어들면서 소비자의 선택이 가격 중시의 저가 제품과 가치 중심의 고가 제품군으로 양분화되는 양상을 보여주었다. 그리고 시간이 흐른 지금 아예 중간가격대는 사라지고 고가 아니면 저가 시장으로 재편되었다.




‘작은 사치’는 소비자들이 가치 중심의 고가 제품을 소비하는 형태를 부른다. 좀 더 구체적으로 설명하면, 소비 중심의 사회가 되면서 소득수준이나 불황과 같은 경기 상황에 무관하게 자신의 가치를 중심으로 하는 소비를 말한다. 예를 들어 일반 생필품과 같은 상품에 대해서는 철저히 실속과 실용을 따지지만, 자신의 가치가 투영된 취미나 기호를 반영한 상품에 대해서는 가격에 무관하게 투자한다.


자기 자신에 대한 투자로부터 소비자는 무엇을 보상받고자 하는 것일까? 위로다. 불황, 치열한 경쟁, 소외 등으로 스트레스가 만연한 사회가 되었다. 스트레스로 지친 현대인들은 위로가 필요하다. 소비를 통해 자신에게 보상을 해주는 행위다.


작은 사치에 대한 양상에 대해 몇 가지 사례를 살펴보자. 아무래도 식문화는 작은 사치에 접목하기 쉬운 소재다. 특히 단 음식이 주종을 이루는 디저트카페는 위로 소비, 작은 사치에 좋은 소재와 장소가 되고 있다. 점심시간에 5천원짜리 밥을 먹기 위해 까다롭기 그지없는 선택을 하다가, 디저트카페에서는 밥보다 비싼 카푸치노를 마시며 후식에 주저 없이 돈을 지불한다. 이렇게 새로운 식문화에 특히 열광하는 데에는 다른 고가 상품에 비해 음식에 지불하는 비용이 상대적으로 낮은데다 높은 만족을 주기 때문이다. 몇 년 전부터 ‘맛집 줄서기’ 풍경이 등장하더니 새로운 맛을 내놓는 음식점은 빅 히트를 치고, 유명 셰프를 스타로 여기는 사람들의 커뮤니티도 생겨나며 식재료도 계속해서 고급화되고 있다. 일본 디저트푸드 도지마롤 몽슈슈 같이 유통매장들의 모객에도 음식만한 게 없다.


이러한 현상은 한 차원 더 나아가 생각해보면 다른 영역과 융합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미국의 전설적 여배우 마릴린 먼로에 외식 브랜드를 입혀 캐나다에 오픈한 카페가 있다. 이 카페에 오는 손님들은 음식을 즐기며 마릴린 먼로와 관련된 문화 콘텐츠와 추억을 즐긴다. 국내에도 이와 비슷한 카페가 있는데 역삼역 근처의 오드리 햅번 카페다. 여성들의 로망으로 불리는 오드리 햅번의 이미지를 카페 형태로 풀어내서 고급스러운 오드리 햅번의 이미지를 경험하게 하는 매장이다. 이 매장에 가면 오드리 햅번이 즐겨 마시던 차세트, 그녀의 가족 스토리, 배우로서의 활동 모습 등을 볼 수 있다.


자동차 업계에서도 식문화의 작은 사치를 적용하고 있다. 이탈리아의 자동차 브랜드 ‘피아트’ 역시 뉴욕, 파리, 홍콩, 뉴델리, 도쿄 등 전 세계 도시를 거점으로 피아트카페를 선보이고 있다. 피아트카페에서는 실내에 피아트 자동차와 차량 악세사리 등을 전시해 레스토랑 메뉴를 즐기면서 자동차 용품을 구경할 수 있다. 고급 스포츠의 대명사 람보르기니 또한 전 세계의 특성을 고려해 카페, 레스토랑, 혹은 바 형태로 외식 매장을 운영하고 있다.


위로 소비의 대표적인 아이콘 고급 향수 시장의 성장도 작은 사치의 대표적 사례다. 지난해 신세계백화점 통계에 따르면 프리미엄 향수 매출 증가율은 212.2%로 일반 향수(12.7%)에 비해 17배 가까이 증가했다. 연도별 프리미엄 향수 매출 증가율은 2010년 69.6%, 2011년 65.5%, 2012년 35.1%등으로 매년 두 자릿수 증가율을 기록했지만 2013년 조말론, 딥티크, 크리드, 아쿠아디파르마 등 일반 디자이너 향수가 세 자릿수 증가율을 기록하며 폭발적으로 매출이 늘어난 것이다.


위로하면 향초를 비롯한 방향제시장의 성장도 무시할 수 없다. 특정 공간에 향을 내는 홈 프래그런스 브랜드 제품의 매출이 2010년 82%, 2011년 58%, 2012년 65%, 2013년 75%로 증가하며 꾸준히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홈 프래그런스 제품은 향초, 룸 스프레이, 디퓨저(Diffuser) 등이 있는데, 특히 디퓨저는 향이 담긴 액체에 나무막대를 꽂아놓은 형태로 스프레이 형식과는 달리 은은하게 향을 널리 퍼뜨릴 수 있는 장점이 있어 많은 이들이 찾는다. 홈 프래그런스 시장 초기에는 스프레이형, 고체형 방향제 등이 출시되며 생활냄새를 제거하기 위한 목적이 강했으나 최근에는 방향제 기능뿐 아니라 심적인 안정과 수면에 도움을 주고 마음을 차분하게 해주는 치유의 역할까지 하고 있다. 연령과 성별에 상관없이 스트레스 완화와 분위기 전환용, 인테리어 효과 등 기분에 따라 방향제를 구매하는 고객이 증가하면서 전문점이 늘고 있다.


작은 사치에 성을 구별할 필요가 없다. 요즘 소비의 주체로 떠오른 남성 소비자들의 작은 사치가 어떻게 적용되는지 사례를 보자. 남성들이 다시 이발소를 찾기 시작했다. 어렸을 적 아버지 손을 잡고 갔던 동네 이발소와는 다른, 1950~1960년대 미국 정통 이발소의 분위기를 풍기는 이국적이고 클래식한 ‘바버숍’이 남자들의 새로운 공간으로 떠올랐다. 그동안 사라져간 이발소를 대신한 곳은 파마약 냄새와 여자들의 수다가 있는 미용실이었다. 그런 여성 중심의 미용실은 남성에게 왠지 불편함을 주었다. 그래서 인테리어부터 소품까지 클래식하면서 남성적인 분위기가 느껴지고, 편하게 드나들 수 있는 남성만의 전용 공간이 생겨난 것이다. 바버숍은 자신에게 맞는 헤어스타일을 알려주고 수염 관리부터 구두 손질까지 남성만을 위한 서비스로 신사들의 전통적인 스타일을 완성해주는 곳이다. 그뿐 아니라 향수, 로션, 넥타이 등 남성의 스타일을 위한 제품 판매 공간도 갖춰져 단순히 이발소라기보다는 현대 남성의 라이프스타일에 맞게 변화한 멀티 공간이라 할 수 있다. 상수동에 위치한 ‘Nothing n Nothing’을 필두로 서교동의 ‘Bombmme’ 한남동의 ‘HERR’ 등 클래식한 분위기의 바버숍이 이러한 흐름을 이끌고 있다.


클래식에 대한 향수는 남성의 헤어스타일에서도 나타난다. 2014년 남성들은 ‘포마드’ 헤어스타일에 열광했다. 예전의 ‘젠틀맨’처럼 2대 8 가르마를 하고 포마드를 발라 단정하게 유지하는 헤어스타일에 현재의 세련됨이 가미되어 다양한 스타일로 재탄생한 것이다.


어른들이 장난감을 가지고 노는 키덜트(Kid와 Adult의 합성어)문화도 작은 사치의 일종이다. 오픈마켓 11번가가 2014년 3분기 키덜트용품의 매출을 분석한 결과, 드론, 무선조종 용품은 전년 동기 대비 100% 증가했다. 이는 건담, 프라모델, 피규어 등 전시형 장난감의 성장률(20%)보다 5배나 높은 수치다. 사실 이런 류의 장난감은 장난이 아닌 가격이다. 2012년 현대아이파크백화점은 성인을 대상으로 한 전문 키덜트용품 매장을 개장했다. 이 매장에는 각종 장난감 브랜드가 입점해 있다. 무선조종 자동차와 헬기, 프라모델, 완구, 로봇, 인형, 어린이신발, 자동차용품 등 수백여 종의 제품을 판매하는데, 무선조종 자동차와 헬기, 비행기의 경우 카메라가 장착돼 항공촬영이 가능할 정도의 수준이다. 또 스마트폰을 통한 조종과 증강현실 게임까지 가능한 첨단 제품도 갖추고 있다. 개장 한달 만에 방문객 1만 5,000명을 돌파했을 정도로 많은 인기를 끌었다. 국내만 그런 것이 아니다. 미국은 14조 원, 일본은 6조 원대 시장으로 예측되고 있다.


키덜트문화의 성장 배경에는 어린 시절에 대한 향수가 아니라 자신의 성장기를 함께 한 문화를 통해 젊음의 향수를 지속적으로 재연하고자 하는 욕구가 존재한다. 그러니까 젊음을 지속적으로 유지하기 위한 자연스런 행동이다. 또한 기대수명의 증가로 중년이 되어도 앞으로 살아갈 날이 더 많이 남아 있게 되었다. 비록 몸은 노화되고 있지만 마음만은 젊게 유지하고 싶은 것이 인간심리의 당연지사다. 젊음과 청춘을 평생 유지하고 싶은 인간의 기본적인 욕망은 어린 시절 소유할 수 없었던 희소성 있는 고가의 장난감을 통해서 즐거움을 느낀다. 키덜트 문화는 장난이 아닌 장난감과 애완 산업이 융합돼 새로운 혁신산업, 로봇산업으로 진화할 기세다.


2014년 Hasbro는 ‘Furby’의 업그레이드 버전인 ‘Furby Boom’을 출시했다. ‘퍼비’는 ‘다루루별’에서 지구로 내려와 자신만의 언어를 말하는 털이 복실한 외계인 캐릭터 인형이다. 말을 걸면 대답하고, 음악에 맞춰 춤을 추기도 하며, 간질이면 몸을 움직이는 등 완벽에 가까운 인터렉티브 기능을 자랑한다. 처음 퍼비는 퍼비시(Furbish)라는 외계어만을 말하고, 전용 어플리케이션의 퍼비시 통역기를 통해서만 말을 이해할 수 있다. 그러나 주인과 계속 대화하면서 점차 한국어를 배우면 600여 개가 넘는 단어를 구사할 수 있다. LED로 제작된 퍼비의 눈은 다양한 감정을 표현하기도 한다. 스마트폰 어플리케이션을 통해 음식 주기, 퍼비시 통역, 행동 명령 영상 SNS 업로드 등의 다양한 커뮤니케이션 기능을 활용할 수 있다. 가장 흥미로운 것은 똑같은 시간, 똑같은 상점에서 퍼비를 구입한다 해도 사용자가 어떻게 교육하고 키우느냐에 따라 성격이 달라진다는 점이다. 먹보, 터프가이, 공주님, 개구쟁이, 사고뭉치, 수다쟁이 등 각자의 개성 있는 성격으로 진화해 예측 불가능한 나만의 ‘퍼비’로 성장하기에 애완동물을 키우는 것과 같은 재미를 준다. 퍼비는 섬세한 센서를 활용해 실제 애완동물보다 더 실제같은 효과를 낸 고차원의 디지털 장난감이다. 사용자와의 긴밀한 인터렉션을 통해 성장하는 퍼비는 로봇이 아니라 아이들의 상상력을 키워주는, 감성적이고 자율적인 디지털 애완동물인 셈이다.


대표적인 체험산업의 작은 사치인 해외여행도 여전히 증가세다. 2013년 하나투어와 모두투어 모두 해외여행 수요가 전년 대비 크게 증가했다. 한국은행의 ’13년 2분기 중 <국내 거주자의 해외에서 카드 사용실적>에 따르면 국내 거주자가 국외에서 결제한 카드 금액이 25억 3,000만 달러로 2012년 최고치였던 4분기 25억 2,000억 달러보다 1,000억 달러 증가해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박성희 한국트렌드연구소 책임연구원

- 前 내일신문 기자

- 前 박달나무엠피알 대표이사


2015 FEBRUARY 광고계동향 Vol.28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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