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설의 ‘카피라이터 신입교육’을 업그레이드하다

HS애드 신입 카피라이터 교육 프로그램을 기획한 

심의섭 HS애드 Chief Copywriter 인터뷰


광고업계에 3~5년차 대리급 인력은 금값이라고들 한다.

그도 그럴 것이 하나하나 끼고 가르쳐야하는 광고업의 특성상 광고주를 하나 맡을 만한 인력으로 키우는데 시간이 많이 걸리고, 최근에는 경기불황으로 1인당 업무량이 늘어나면서 가르쳐야 하는 인력보다는 이미 배워서 바로 투입이 가능한 인력을 우선 채용하기 때문이다. 우리 업계는 일반적으로 도제식 교육의 관습이 남아 있다. 소위 ‘사수’라고 불리는 선배 직원 밑에 ‘부사수’라고 불리는 후배 직원이 배치돼 같이 일하면서 배우는 것이다. 중요한 일은 사수가 처리하는 동안 부사수는 잡무를 도맡으면서 눈치껏 사수의 노하우를 전수받아야 한다. 최근 HS애드에서는 각 파트의 Chief들이 신입사원들을 대상으로 한 OJT 프로그램을 진행했다. 혹독하기로는 실미도에 견줄만하다는 카피라이터 파트에서 프로그램을 기획, 교육했던 HS애드 심의섭 Chief를 찾아가 신입카피라이터 교육 프로그램에 대해 들어보았다.   인터뷰·정리 | 김정은 기자



사람 만들어서 팀으로 보내기

<사람 만들어서 팀으로 보냅시다>를 목표로 작년 10월부터 12월까지 3개월 동안 신입사원 교육을 진행했습니다. 업무를 할 수 있는 기본적인 능력을 기르는 것으로 카피라이팅의 기초를 다지고, HS애드 크리에이터로서의 기본자세를 기르며, 카피라이터로서의 능력을 개발하는데 초점을 맞추었어요. 팀으로 발령 났을 때 실무에 적응하기위한 훈련을 하는 것입니다.


OJT 방향은 크게 5가지로 실무 능력 기르기, 카피라이팅 기초, 크리에이터의 기본, 마케팅 및 기타, 카피라이터 습관 형성 등이다. 실무 능력 기르기에는 브리프의 이해부터 각 매체별 제작 프로세서와 같은 업무와 관련된 내용이 있고, 선배와의 커뮤니케이션과 같은 사회생활 항목도 있다. 일주일에 한 번 다른 팀 선배와 식사하는 숙제는 협업인 광고를 함에 있어 기본중의 기본인 커뮤니케이션 능력을 기르기 위함이다. 교육은 업무능력 뿐만 아니라 인간관계에도 해당된다. 교육한지 한 달이 지나면 CD팀에 파견해 실무 능력을 기르는데 이 프로그램은 전적으로 CD팀에 맡겨 진행한다. 경쟁PT도 경험해보고 카피라이터가 없는 팀에는 아트디렉터와 페어(pair)로 일하면서 카피를 써볼 수 있는 기회도 얻을 수 있다. 


“카피라이터는 다양한 경험이 필요한 직업입니다. 그래서 일주일에 한 번은 자료 수집을 위한 영화나 뮤지컬을 관람하게 하고, 서적을 구입하라고 합니다. 또, 매일 해야 하는 일들이 있죠. 카피와 비쥬얼, 동영상 자료 스크랩, 카피 필사, 좋은 카피 소스 서칭, 크리에이티브 소스 서칭과 기록, 성우 샘플 서칭, 라이팅 능력 배양을 위한 감상문 쓰기는 필수입니다. 물론 팀에서 하는 일들은 다 하면서 말이죠.”


영화나 뮤지컬을 보면 노트에 티켓을 붙이고 옆에 감상문을 써야한다. 그냥 ‘했다’에 의의가 있을 것이라 생각했지만 빨간펜으로 관람날짜, 시간, 감상문의 오탈자 등을 체크하면서 일일이 숙제검사를 한다고 한다. 이쯤 되면 숙제를 검사하는 사람이 더 힘들다. 하지만 심 Chief는 알고 있다. 신입 사원들이 지금은 많이 힘들어도 나중에 실무를 하면서 ‘아... 사수가 그래서 이렇게 한거구나....’ 하며 깨닫게 된다는 걸. 신입시절 심의섭 사원이 그랬듯이...



심 Chief의 막내시절, 전설의 카피라이터 신입교육

“넌 몇 시에 퇴근해도 아침 7시 반까지 나와라. 본부 전체의 작업 다이는 걸레 빨아서 깨끗이 닦고, 팀 책상 전부도. 선배님들 오시면 커피 타다 드리고, 알았지!”

- HS애드 사보 2010년 9/10월호 : 너는 어떻게 카피가 됐니? 中


심의섭 Chief는 HS애드 사보에 2010년 9/10월호부터 1년 반 동안 “너는 어떻게 카피가 됐니?”라는 제목으로 막내카피서부터 현재 Chief의 자리에 오르기까지의 경험담을 연재하고 있다. 연재글에는 심 Chief의 신입시절 시련과 애환이 고스란히 담겨있는데 그 당시 전설의 카피라이터 신입 교육을 받았던 심 Chief의 막내시절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제가 신입사원이던 시절 직속 사수인 카피 대리님, 그 위에 차장님, 위에부장님, 위에 국장님, 위에 3본부장님. 층층시하를 모시고 있었어요. 입사하고 석 달 동안은 충무로 나가서 식자 교정, 칼라이즈 받아오기, 스쿠프 뜨기 등등 온갖 일을 다했지요. 카피도 디자이너의 모든 일을 다 해봐야 한다는 사수의 지론으로 보드 자르다 손가락 잘릴 뻔한 적도 있었어요. 넌 아직 카피가 아니라며 석 달 동안 카피 쓸 생각은 하지 말라던 사수는 정말 카피를 못 쓰게 했습니다. 지금은 다 추억이 되었지만요.”


심 Chief가 만든 신입사원 교육프로그램은 대부분 그녀가 신입사원 시절에 경험했던 것들이다. 그때는 한 달에 한 번 교보문고나 영풍의 베스트셀러를 다 사서 책상에 쌓아놓고, 일주일에 영화 한 편, 뮤지컬 한 편, 연극 한편을 꼭 보았다고 한다. 광고학개론, 어느 광고인의 고백, 카피 이처럼 써라, 세계 우수광고 1000선, 백발백중 헤드라인 등 지금도 광고인들이 보는 주옥같은 책들은 그 때 이미 카피라이터 입문의 교과서였다. 마케팅 관련 서적은 필수적으로 첨가되었다. 심지어는 사수가 모은 각 광고 회사의 기획서를 복사해서 실제 기획서를 작성해보는 훈련까지 시켰다고 한다. 카피를 A4지에 12포인트 굴림체로 한 줄씩 띄어서 5장반을 쓰면 대략 헤드라인 100개가 나오는데 사수는 내일아침까지라고 하시며 심의섭 사원에게 일을 주셨다. 오후 8시에 말이다. 그래서 나중에는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숫자는 채울 수 있는 경지에 이르렀다고...


“아침에 출근할 때 중앙 일간지 3개, 스포츠지 2개를 사와요. 자료실에 올라가 베이시스넷에 접속해 가장 최근에 방송된 CF의 카피를 프린트 해오고, 5개 신문 광고의 헤드라인을 베낍니다. 똑같이 말이죠. CF 카피도 베낍니다. 똑같이 다 베껴 쓴 후에 선배한테 검사를 받아요. 사원부터 차장까지 모은 카피가 두꺼운 스프링노트로 17권이 넘는데 그때는 정말 하기 싫었지만 카피 커닝 북으로 아주 요긴하게 쓰고 있어요. 자료는 생명이에요.”



신입사원의 부사수, 또 그 부사수에게 대대로 내려갈 ‘카피의 정석’ 

광고인이 되기 위해 광고관련학과로 진학하는 학생들은 한 해에 수천 명에 이른다. 매년 취업시장으로 쏟아져 나오는 광고전공자들 또한 수천 명이다. ‘광고’가 하고 싶어 광고관련학과에 지원을 했고, 광고인이 되기 위해 수년간 연습생 기간을 거쳤지만 막상 실무에 투입되면 바로 일을 하기가 어렵다. 실무형 인재를 만들기 위해 업계차원에서 여러 교육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지만 업무를 하면서 현실적으로 외부 교육에 참여하기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다. 또, 카피라이터는 일을 하면서 카피가 늘기 때문에 외부교육은 학교교육 이상의 효과를 보기 어렵다. 


“요즘학생들은 공모전을 많이 해서 어느 정도 틀이 잡혀있습니다. 회사에 와서는 카피를 많이 써보고, 기획이 하는 일, 아트가 하는 일, PD가 하는 일의 이해도를 높여 더 좋은 카피를 쓸 수 있는 훈련을 하죠.”


카피라이터가 되기 위한 훈련과제들은 감당하기 힘들만큼 주어진다. 하지만 모두 이겨내고 나면 어느샌가 단단한 실력을 갖게 될 것이고, 또 그 경험들이 다양한 카피열매를 맺을 수 있는 자양분이 되는 것이다. 심 Chief에게 교육받은 신입사원도 부사수를 받게 되면 신입시절 받았던 전설의 카피라이터 교육을 그대로 물려줄 것이다. 수학의 정석이 1966년 첫 발간된 이래 대입 필독 참고서로 지금까지 베스트셀러 자리를 지키고 있듯이 문서상으로 남아있지도 남길 수도 없는 ‘카피의 정석’은 대대로 내려갈 것이다.


Profile

- 성균관대학교 국어국문학과 卒

- 한컴(’94~’98)

- 금강기획(’99~’03)

- 레오버넷, 휘닉스컴(’03~’04)

- HS애드(’04~現) CD→Chief copy(’10. 8~現)

- 애드버타이징 이달의 우수 광고 : 한화 홈샤시(’97, 신문), 좋은 사람들(’99~’00, 라디오)

- 뉴욕 페스티벌 : 현대자동차(’02, FINALIST), LG 생활건강, 메르세데스-벤츠(’06, FINALIST)

- 대한민국광고대상 : 신문협회(’05, 신문/동상), 외대 PR(’05 잡지/우수상), 신문협회(’06, 신문/우수상), 기분존(’06, 옥외/우수상), LS 전선(’08, 신문/우수상), 대한항공(’09, 잡지/은상, 잡지/우수상, 옥외/우수상), 대한항공(’11, 잡지/FINALIST)

- 칸 국제광고제 - 메르세데스-벤츠(’07, FINALIST)

- 소비자가 뽑은 좋은 광고상 : LS 전선(’08, 우수상), 대한항공(’08, 대상), LS 전선(’11, 우수상), LG 그룹(’12, 대상/문화부장관상)

- 대한민국 영상 광고대상 : LG 그룹(’11, 통합/금상)

- 전자신문, 매일경제 등 5 개 경제지 : LS 전선(’11, 우수상)

- 예술의 전당 고객 자문위원

- 마포구 디자인 자문위원

- 서울시 중소기업 지원 자문위원

- 월간 아이엠 원고 기고 중

- 월간 광고계동향 편집위원. 그 외 다수



한창수 HS애드 CR센터 Chief AD (신입 AD OJT 담당)

사람이 재산인 광고회사에서는 인력을 키우는 것이 가장 중요합니다.


Q. 현재 진행하고 있는 신입 아트디렉터 OJT에 대해서 설명해주세요.

A. 신입사원 OJT 프로그램은 신입사원들이 하루빨리 적응할 수 있게 도와주는 교육입니다. 요즘 학생들은 워낙 기초가 잘 되어있어 학교에서 배운 내용을 업그레이드 하는 정도인데 기본적으로는 어떻게 하면 회사에, 또 업무에 빨리 적응할 수 있을지 고민하죠. 업무 면에서는 TV, 인쇄, 옥외, 인터넷 각 분야별로 다르게 아이디어 발상이나 비쥬얼 위주로 교육하고, 특히 레이아웃을 짜보는 훈련을 많이 합니다. 각 파트별로 아트가 알아야 할 것들을 가르치고 있죠. 처음에는 많이 힘들어하지만 스스로 점점 발전하고 있다는 걸 느낄 것입니다.


Q. Chief님의 신입시절은 어떻게 교육을 받았나요?

A. 저의 신입시절에는 선임들에게 사수 부사수 개념으로 업무를 하면서 배웠습니다. 지금도 광고인들은 사수를 따라다니면서 6개월이고 1년이고 배우고 있죠. 사원 말년이나 대리정도가 되면 하나의 프로젝트를 맡을 수 있을 정도가 됩니다.



신지연 HS애드 CR센터 Junior AD

힘들지만 재미있는 광고, 이런 체계적인 교육을 받을 수 있어 행운이라고 생각합니다.


Q. 교육받으신 신입 아트디렉터 OJT에 대해 알려주세요.

A. 한창수 Chief님 밑에서 배우고 있어요. 처음에는 광고가 어떤 것인지에 대해 일대일 과외를 받았는데 저는 전공이 광고가 아니라 순수미술(서양화)이어서 Chief님의 교육이 더 소중했죠. 교육은 현업에서 도움이 되는 것들을 과제로 내주시고 가르쳐주시는데, 보통 프로그램을 다루어서 레이아웃을 짜는 일을 많이 합니다.


Q. 교육이 어떤 도움이 되었나요?

A. 행운이라고 생각해요. 물론 처음에는 많이 힘들었죠. 그런데 제가 할 수 있는 것들이 점점 많아지고, 역량이 커지는 것을 느끼면서 재미가 붙어가고 있어요. 저 같은 경우는 더더욱 필요한 교육이었고, 무엇보다 광고에 재미를 느낄 수 있게 되었어요. 저와 같이 지원했지만 HS애드 가족이 되지못한 지원자들을 생각해서 더 열심히 배우고 있습니다.


 심의섭 HS애드 Chief Copywriter 인터뷰

 심의섭 HS애드 Chief Copywriter 인터뷰

 심의섭 HS애드 Chief Copywriter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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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을 따뜻하게 하는 광고를 만들고 싶습니다"

류남길 농심기획 ECD 인터뷰




순수(純粹). 크리에이터들을 만날 때 간혹 연상되는 단어이다. 처음 본 기자에게 속내가 보이는 이야기를 거침없이 쏟아내기도 하고, 자신의 일에 대한 열정을 마치꿈꾸는 듯 한 표정으로 그려내는 광고인을 볼 때 말이다. 아담한 체구에 흔히 말하는 동안(童顔)의 류남길 국장을 만났을 때 느낌도 그러했다. 17년이라는 긴 시간동안 광고를 만들면서 쌓아온 열정을 보여주는듯 사무실 입구에 늘어선 트로피들이 주는 무게감과는 달리 천천히 숨을 고르며 한마디 한마디를 내뱉는 류 국장과의 인터뷰는 그 안에 순수를 담고 있었다.

글 | 이상경 기자



보는 사람을 행복하게 만드는 광고


류 국장을 광고계동향에서 만나게 된 것은 지난 7월 16일 중국 상하이에서 개최된 뉴욕페스티벌의 ‘아시아를 대표하는 50인의 크리에이터’중 한 명으로 선정되었다는 낭보를 듣고서였다. 국내에는 6명의 크리에이터가 함께 선정되었지만, 특히, 류 국장은 지난해의 연장선상에서 해외의 관심을 또다시 받게 된 것이다. 지난해 복어와 개구리를 주인공으로 등장시킨 추파춥스 광고로 칸느, 클리오, 런던, 뉴욕페스티벌 등 4개 광고제 본상 수상이라는 그랜드 슬럼을 달성한 것은 이미 많은 광고인들이 알고 있을 것이다. 수상 소감이 들릴 때마다 언론의 관심도 많이 받았다.


“스스로 운이 좋았다고 생각합니다. 세계적인 광고제에서 상을 받는 것은 정말 행운입니다. 55년 만에 우리나라에서 9번째로 칸느 광고제에서 상을 받는다는 것. 어느 영화의 대사처럼 머릿속에서 종이 울리는 순간인 것이죠. 카피라이터 한지연 차장을 비롯한 팀원들과의 노력의 결과를 제가 대신 받았다고 생각합니다”

해외 광고제 참관도 수차례 했고, 광고제 심사 경력도 프로필의 몇 줄을 장식한다. 세계 속에서 한국 광고의 경쟁력을 물었다.

“외국광고들을 심사하다 보면 약이 오릅니다. 아시아 태평양 광고제 최종 심사시 위원장이 광고물들을 보고 딱 하나만 묻더군요. ”Happy?“ 우리 나라 광고들이 해외에서 인정받지 못하는 것은 바로 광고가 보는 사람으로 하여금 행복을 느끼지 못하게 한다는 것입니다”


광고 만드는 일의 본질은 까맣게 잊고 서로의 이해타산만을 추종하거나, 독선과 아집 혹은 대단한 예술을 하고 있다는 과대망상의 늪에 빠져 허우적대는 무늬만 광고인인 사람들, 무엇보다 노블레스 오블리제를 실천하지 않는 업계의 분위기들이 그를 답답하게 만든다. 우리나라 광고업계가 질적 성장을 하기 위해서는 새로운 아이디어를가진 젊은 광고인들이 새로이 진입하고 성장을 할 수 있는 터전이 마련되어야 하는데, 그보다는 같은 시장 안에서 서로 경쟁하며 에너지를소진하게 만드는 현실이 한국에서 광고하기 참 힘들게 만든다는 것이다. 이러한 척박한 환경이 변화하지 않는 한 우리의 광고가 세계를 행복하게 만들 수 있을까.



광고 만드는 일의 보람 


지금의 자리에 오기까지 그 또한 암흑과 같은 긴 터널을 지나왔다. 

“광고 만드는 일의 보람은 무엇일까요. 나는 왜 광고를 할까? 카피라이터로서 정신없이 달려오던 어느 날, 문득 이런 의문을 갖게 되면서 머릿속이 복잡해졌습니다. 판매를 위한 광고가 목적이라고 하기엔 필요조건은 되지만 충분조건은 아니었습니다. 결국, 브랜드에서 답을 찾았습니다. 소비자 마음에 오래 사랑받는 강력한 브랜드를 만드는 것. 그러한 브랜드 자산 구축에 이바지 하는 커뮤니케이터가 되자고 다짐했습니다”


이 해답을 찾기까지 그는 광고라는 정체성에 대한 깊은 고민에 시달렸다고 한다. 문학인을 꿈꾸던 국문과생이 광고라는 전혀 다른 길로 들어서게 되었으므로 인생에 대한 답을 그 누구보다 갈구했을 것이다. 그러나 무엇인가를 꽉꽉 채워나가기 보다는 하나둘씩 버리며 비워나가는 동안 그 답을 찾을 수 있듯이, 류 국장 또한 어느 순간 마음을 비우니 그 해답이 보이기 시작했다고 한다. 3번 라운드에 등장해서 1번만 안타를 치면 성공하는 ‘3할 타자’처럼 길게 광고 인생을 보고 달려가기로 한 것이다.



심장이 뜨거워지는 파워 브랜드를 만드는 것


류 국장이 생각하는 크리에이티브란 무엇인지 물었다. 좋은 크리에이티브란 New, Difference, better의 단계를 거친다고 설명한다. 즉 새롭고, 남다르고 좋아야 한다는 것. 흔히 새롭고 다른 크리에이티브에는 도달한다. 하지만 그것이 더 좋은 단계에 까지 이르기는 힘들다고 한다. 차별화를 위한 차별화의 늪에 빠져 그 아이디어가 혐오스럽거나 부족해도 크리에이티브하다고 착각하는 나르시즘에 빠지기 쉽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좋은 광고에 이르는 길은 어떠할까. 하나는 강력한 러브 마크(Love mark)가 되는 것이다. 사치 앤 사치의 CEO를 역임한 케빈 로버츠가 책에서 강조하듯, 일반적인 브랜드가 아닌 맹목적인 사랑을 받는 브랜드, 소비자의 심장이 뜨거워지는 파워 브랜드를 만드는 것이다. 또 하나는 인간의 마음속에 큰 울림을 심어주는 광고, 문화적 이야기, 감동의 이야기를 통해 세상을 따뜻하게 만드는 광고가 되는 것이다. 이렇게 광고에 대한 스스로의 생각이 명확하다보니 지금까지 수많은 광고를 만들었음에도 불구하고 대표작을 말할수 없다 한다. 아직은 본인이 꿈꾸는 그러한 광고를 만들지 못했다고 말이다.


광고인으로서의 인생, 성품 모든 것을 배우고픈 김태형 선생님의 ‘꽃’을 좋아하고, ‘밤하늘의 별을 따기 위해 손을 뻗어라. 그러면 적어도 손에 진흙을 묻히지는 않을 것이니’라고 역설한 레오버넷을 닮고 싶은 그의 소원은 무엇일까. 


“칸느의 레드카펫을 밟아보는 것입니다. 금사자까지만 밟을 수 있는데 아쉽게도 저는 은사자였거든요. 그런 축복이 저에게 허락되었음 합니다. 

  그리고 제가 만든 광고로 하여금 세상이 움직이고 따뜻해지는 것, 그것입니다" 

(광고계동향 2009년 9월)



류남길 농심기획 ECD 인터뷰 '세상을 따뜻하게 하는 광고를 만들고 싶습니다' (광고계동향)


류남길 농심기획 ECD 인터뷰 '세상을 따뜻하게 하는 광고를 만들고 싶습니다' (광고계동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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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질’을 찾는데 몰두하라 그리고, 찾았다면 그것에 집중하라

박웅현 TBWA Korea 전문임원(ECD) 인터뷰



박웅현 전문임원 Profile

학력/경력

•고려대학교 신문방송학과 卒 (’88. 2)

•뉴욕대학교(NYU; New York University) 대학원 (Telecommunication 석사) (’98. 6)

•現 TBWA Korea ECD(Executive Creative Director; 제작 전문임원)

•前 제일기획 CD (’87. 12 ~ ’04. 07)_KTF, 던킨, CJ 등 담당

•애드아시아 한국 대표 강연 (’03. 11)

•깐느 덴츠 국제세미나 강연 (’03. 6)

•말레이시아 광고 세미나 강연 (’02. 9)

•깐느 광고제 심사위원 (’02. 6)

•제3회 아시아퍼시픽 광고제 심사위원 (’00. 3)


저서

여덟단어(’13), 책은 도끼다(’11), 인문학으로 광고하다(’09), 청바지 세상을 점령하다 (공저,TBWA)(’08), 가로수길이 뭔데 난리야 (공저, TBWA)(’07), 포토에세이 ‘시선(공저)’ (예문)(’03), 동화책 ‘다섯 친구 이야기’(베틀북)(’01), ‘디자인 강국의 꿈(공저)’(IDAS)(’01), ‘나는 뉴욕을 질투한다’ (베틀북)(’00), ‘아트와 카피의 행복한 결혼Ⅱ(공저)’(제일기획)(’94) 기타 ‘광고쟁이들의 세상보기’ 전시회(인사아트) (’01~’06)



광고계에서 박웅현ECD를 모르는 사람은 거의 없다. 업계에서는 이미 ‘광고인들이 존경하는 광고인’으로 알려져 있고, 광고를 전공하는 학생들 사이에서는 ‘박웅현느님’, 출간한 책들은 아묻따(아무것도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사야하는 책으로 불리고 있으니 말이다. 광고계동향 8월호에서는 멘토로 삼고 있는 이들이 많은 박웅현 ECD에게 광고인들이라면 한 번쯤 해보게 되는 고민에 대한 해법과 올 초 TBWA에 새롭게 만들어진 컨버전스 팀 ‘제작 0팀’에 대한 이야기 등을 들어보았다.



제작 0팀, MAKE IT HAPPEN!


시작의 숫자이자 맺음의 숫자인 0. TBWA에는 제작 0팀이 있다. 보통 조직에서는 특별한 업무를 해야 할 때 TFT를 꾸리기도 하지만 상시로 운영하는 컨버전스팀은 TBWA 제작 0팀이 처음이다. 제작 0팀을 이끄는 선장 박웅현 ECD에게 컨버전스 팀을 구성하게 된 계기와 업무 프로세스에 대해 물어보았다. 


“4대 매체 중심의 시장은 급격하게 쇠하고 있습니다. 우리가 생각했던 타깃 오디언스(Target Audience)들은 오디언스(Audience)만 남고, 타깃(Target)은 없어졌죠. 그러다보니 광고주와 광고회사들은 4대 매체 중심이 아닌 니즈(Needs)를 소화할 수 있는 채널을 찾기 시작했고, 전에 없던 다양한 시도를 하고 있습니다. 제작 0팀은 그런 니즈를 소화할 수 있는 광고 채널을 고민하고, 광고회사가 생산할 수 있는 컨텐츠를 사회에 널리 이롭게 뿌려보자는 의도에서 만들어졌습니다. 우리가 늘 쓰던 근육을 써서는 그 답을 찾기 쉽지 않기 때문에 새로운 시스템을 만들었죠. 팀원은 현재 3명밖에 없는데 더 늘려나갈 예정입니다. 제작본부 내에서만 사람을 뽑지 않을 거에요. 외부에서 들어온다면 공연기획자, 방송작가, 웹투니스트 등 누가 될지 모르죠. 0팀은 전시나 쇼를 할 수도, 책을 낼 수도, 영화를 하나 기획할 수도 있을 겁니다. 무엇을 할지 모르는 팀이죠.”


끝없이 밀려드는 프로젝트를 각 팀에 배분해 인력을 풀가동해야하는 회사입장에서는 제작 0팀의 설치가 분명 큰 모험이었을 것이다. 회사와 직원이 같은 지점을 보고 있지 않았다면, 또 0팀의 수장인 박웅현ECD에 대한 깊은 신뢰가 없었다면 가능하지 않았을 제작 0팀, 그것은 신의 한 수였다.


“팀 구성에 많은 시간이 걸렸습니다. 2년 정도 구상했고요. 수익을 만들어내지 않으면 오래가기 어렵기 때문에 고민을 많이 했습니다. 올해 3월 런칭한 이후로 주니어보드 리뉴얼, 회사계정 페이스북 런칭에도 참여했지만 가장 기억에 남는 프로젝트는 정신건강박람회입니다. 이 프로젝트가 딱 저희 0팀이 원하는 지점이에요. 신경정신의학박사 100명과 러시아의 고전, 그리고 광고회사는 교집합이 없지만 0팀은 그 교집합을 만들어냈습니다. 톨스토이의 안나카레니나에서 정신분석에 도움이 될 만한 컨텐츠가 있다는 것을 발견하고 정신건강박람회에 연결시켜 낸거죠. 0팀이 아니면 할 수 없는 일이었습니다. 정신건강박람회는 기존에 반대하던 사람들도 반응이 좋아 내년에도 할 것 같습니다. 그리고 0팀은 앞으로 이런 프로젝트들을 진행할 예정입니다.”


박웅현 ECD는 “길이 낭만적인 것은 저 끝에 뭐가 있는지 모를 때”라며 필요에 의해서 만들어진 일이 아닌 재미있어서 하는 일이 되어야 한다고 말한다. 주어진 일을 수동적으로 하지 않고, 능동적으로 일을 만들어내는 그의 올 한해 목표는 “어처구니없는 한해가 되자!”이다. 



당대는 흐르고, 본질은 남는다


‘책은 도끼다’, ‘인문학으로 광고하다’, 그리고 최근에 출간한 ‘여덟단어’ 등 그의 저서를 보면 모든 학문의 근간이 되는 인문학, 그리고 본질의 힘을 강조하고 있다. 축적된 인문학적 소양이 많지 않은 대다수의 사람들은 인문학의 중요성을 절감하지만 단기에 쌓을 수 없는 자산이기에 포기하고 당장 업무에 필요한 요점 정리집과도 같은 인스턴트 트렌드를 익히기에 바쁘다. ‘본질’에 가까워지기는 어려운 행동이 아닐 수 없다. 이미 늦어버린 젊지 않은 후배들을 위해 지금부터라도 ‘본질’을 찾기 위한 행동강령을 제시해달라고 부탁했다.


“당대는 흐르고, 본질은 남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트렌드를 공부하더라도 그 가운데 공통적으로 흐르는 것이 무엇인지 찾는 일이 더 중요합니다. 얼마 전 한창 유행했던 ‘애니팡’의 경우를 볼까요? 애니팡은 전에 없던 게임이 아니라 원래 있던 게임인데, 승부근성을 절묘하게 연결시켰어요. 게다가 나와 아는 사람들끼리 하트를 주고받으면서 소통도 할수 있지요. 트렌드를 보면 항상 그냥 넘어가지 말고 자세히 들여다봐야 해요. 또 내가 어떤 곳에 시간을 투자했을 때 10년 후에도 남아있을 것인지를 생각해봐야 해요. 그것이 본질이고 그걸 보려고 노력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그리고 본질을 보았다면 그곳에 집중하려는 노력이 중요합니다. 앞으로 5년 동안 일을 할 계획이라면 5년을 버틸 체력을 준비해야합니다. ‘나는 늦었어...’ 하면서 하루하루를 버티면 5년을 버티기 어렵습니다. 지금 내 후배들이라면 10년, 20년을 뛰어야하는 레이스를 앞두고 있는데 하루살이로만 살다보면 생각의 기초체력은 쌓이지 않고, 몇 년도 가지 못해 존재위치가 없어질지도 모릅니다. 저는 그림을 보기 시작한 것이 30대 후반이에요. 재즈를 안건 30대 초반이고요. 늦은 건 없습니다. 자기 초조함이 있을 뿐이죠. 하루살이처럼 살다보면 직업수명이 짧아지기 때문에 본질이 중요합니다.”

내 뒤를 따라오는 후배들을 신경 쓰는 것이 리더십의 시작 일반 회사도 마찬가지겠지만 인적 자원이 전부라고 할 수 있는 광고회사에서, 특히 커뮤니케이션을 업으로 하는 광고인에게 리더십은 중요하다. 책임자급에 이제 막 들어선 후배 광고인들에게 들려주는 ‘바른 리더십’에 대해 한마디 부탁했다. 

“저의 경우 같이 일하는 광고주보다 포스트 프로덕션, 후배들이 칭찬해주는 사람이 되는 것이 목표입니다. 현장에서는 어떤 일에 판단을 내릴 때 그곳에서 일하는 분들 위치에서 생각하려고 노력해요. 그런데 그 노력을 하느냐 안하느냐는 리더십에서 중요한 요소인 것 같습니다. 그리고 가장 두려워해야 할 사람은 바로 내 뒤를 따라오는 후배들입니다. 프리젠테이션을 할 때 앞에는 광고주 임원들이 있고, 뒤에는 후배들이 있어요. 저는 뒤에서 내 모습을 보고 있는 후배들이 신경 쓰입니다. 그 친구들에게 이 일이 괜찮은 직업으로 느껴지게 하고 싶어요. 후배들을 신경 쓰는 노력을 계속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그 노력은 후배들도 해줬으면 좋겠어요.”

박웅현ECD는 최근 저서 ‘여덟 단어’가 “아주 상식적인 이야기이고, 특별한 이야기가 아닌 의식의 수면 밑에 있는 것들을 노크해준 것”이라고 말하며 리더십도 마찬가지라고 말한다. 어쩌면 박웅현ECD에게는 육감 외에 7감이 있을지도 모른다. 육감밖에 없는 우리네가 눈에는 잘 보이지 않아 소홀히 생각하게 되는 것들, 이를테면 공기처럼 중요한 것들을 잊지 않고, 잃지 않으려면 끊임없이 본질을 찾는 노력을 거듭해야 한다. 
더 복잡하고, 더 화려한 것들이 대우받고 있는 시대. 달을 가리키는 손이 아니라 달을 봐야 한다. 본질만이 답이다. 


Posted by 크리에이티브를 여행하는 히치하이커 ArthurDen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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