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igital Feed] 디지털이 아닌 '칸'은 없다


글 장건호 프로 디지털 부문 권혁진 CD팀
 
 

칸 국제광고제 참관 후 ‘디지털 트렌드’를 어떻게 정리할지 고민이 됐다.
유튜브로 어제 업데이트된 영상까지 모두 섭렵하는 제일러들에게 “이게 트렌드다”라고 말하기도 쑥스럽고, “오늘날 디지털이 아닌 캠페인은 없다”고 말한 2015 칸 사이버 부문 심사위원장 진 린의 말처럼 모든 것이 다 디지털이니 난감했다. 
대체 어디서부터 어디까지를 리뷰해야 하는 거지? 
자꾸 눈에 밟힌 작품이라면 그것이 바로 칸의 트렌드일 것이라는 단순한 믿음으로 정리를 해봤다.
 

 
‘디지털 칸’의 중심, 라이온즈 이노베이션 페스티벌
지난해 라이온즈 헬스(Lions Health) 페스티벌을 신설한 칸은 올해도 새로운 변화를 꾀했다. 2013년 신설된 이노베이션 부문을 별도의 페스티벌로 독립시켜 라이온즈 이노베이션(Lions Innovation) 페스티벌을 신설한 것이다. 라이온즈 이노베이션 페스티벌은 올해의 칸이 그 어느 때보다 디지털 중심의 행사로 자리매김하는 데 큰 역할을 했다.
그렇다면 라이온즈 이노베이션 페스티벌이 다른 행사와 다른, 가장 두드러진 차별점은 무엇이었을까? 바로 “그곳에만 아이스 아메리카노가 있다는 점!”이라고, 같은 참관단 중 한 분이 재미난 해답을 주셨다. 다소 확대 해석인지는 몰라도, 어쩌면 라이온즈 이노베이션을 기존 칸 국제광고제보다 더 트렌디하고 개방적인 페스티벌로 차별화해서 키우려는 칸 사무국의 의지가 살짝 엿보인 게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든다.
라이온즈 이노베이션 페스티벌의 슬로건은 ‘DATA × TECH × IDEAS’인데, 그 세 가지가 만나는 지점이 바로 이노베이션이라는 뜻이다. 테크놀로지와 크리에이티브가 한자리에서 만나 이노베이션을 탄생시키는 에코시스템을 만드는 것이 페스티벌의 목표라고 한다.
 

1,2. 올해 신설된 라이온즈 이노베이션 페스티벌 행사장.
 

출품과 시상은 이노베이션 부문과 크리에이티브 데이터 부문 두 가지로 나뉘어져 있고, 팔레 드 페스티벌의 별관인 레렝 홀에서 이틀간 독립적으로 치러졌다.
전문적인 테크놀로지 관련 세미나와 시연회 등의 행사가 진행됐는데, 칸의 메인 행사장이 깔끔한 공연장이나 전시회 느낌이라면 라이온즈 이노베이션 행사장은 마치 창업박람회처럼 약간은 어수선하고 자유로운 분위기였다. 한 층을 차지한 오픈형의 공간, 개방된 세 개 부스에서 동시에 진행되는 세미나, 주변을 둘러싼 테크 관련 업체들의 부스가 그런 느낌을 줬다.
아직 첫 해라 그런지 참여 업체 규모나 행사 콘텐츠가 다른 테크놀로지 전문 박람회에 비하면 부족하기도 했고, 강연 내용이 크리에이터 입장에서는 어렵기도 했다.
또한 세미나와 시연회에서 보여준 기술이나 장비들은 올 초 E3a 같은 다른 행사나 언론을 통해 이미 공개된 것들이라 큰 임팩트를 받기 어려웠던 점도 아쉬웠다. 그래도 환상적인 칸에서 첨단 테크놀로지와 최고 크리에이터들의 만남이 이뤄진다는 점에서 앞날이 더 기대되는 행사라고 할 수 있겠다. 필자도 DATA, TECH, IDEAS 세 가지 파트로 칸에서 목격한 디지털 이야기를 풀어보고자 한다.

 

3. 데이터 비주얼리제이션은 복잡한 빅데이터를 정리할 수 있는 방법이다.
4. 덴츠는 데이터 비주얼리제이션을 펜싱 경기에 적용해 누구나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했다.
 
 
DATA
인터넷·모바일 분야의 권위 있는 보고서인 시스코 VNI 보고서에 의하면 2014년에서 2019년 사이 전 세계 IP 트래픽이 3배 증가해 2019년에는 연간 2제타바이트(Zetabyte)에 달할 것이라고 한다.
2제타바이트면 2조 2000억 기가바이트가 넘는 데이터양으로, 흔히 1제타바이트는 88억 명의 사람들이 동시에 UHD/4K로 월드컵 결승전을 스트리밍하는 트래픽에 맞먹는 수준이라고 한다. 하지만 데이터가 아무리 많다 해도 대부분의 데이터는 그 자체만으로는 별 의미를 알 수 없는 숫자나 텍스트일 뿐 이를 활용하는 기술로 칸에서 관심을 끈 것이 데이터 비주얼리제이션(Data Visualization)이다.
다양한 데이터를 정리하고 의미를 찾는 작업은 역사가 시작된 이래 계속 해오던 일인데, 예수님의 말씀 하나하나를 기록한 성경도 이를테면 데이터를 모아서 의미를 만든 작업이라고 할 수 있다.
최근에는 다루기 버거울 정도로 많은 양의 데이터가 쌓이게 됐으며, 이것을 빅데이터라고 부른다. 데이터는 시각적으로 정리하면 의미를 발견하기 쉽다. 하지만 우리가 잘 아는 막대그래프 같은 시각화 방식으로는 복잡한 빅데이터를 처리하기 어렵게 됐다. 그래서 이전과 다른 방법이 필요했고, 그것을 데이터 비주얼리제이션이라고 부른다.


5. 데이터 비주얼리제이션 기술을 활용한 ‘REVIVING LEGENDS’ 프로젝트.
6. 데이터 비주얼리제이션에 꾸준히 투자하는 덴츠의 중심에는 덴츠 랩 도쿄라는 특화된 팀이 존재한다.

 
남다른 행보를 보이는 덴츠의 비주얼리제이션
이번에 칸에서 흥미를 끌었던 것 중 하나가 바로 이 데이터 비주얼리제이션에 꾸준히 투자하고 있는 덴츠였다. 덴츠는 이미 2014년에 데이터 비주얼리제이션 기술을 이용한 ‘Sound of Honda’ 프로젝트로 티타늄 그랑프리를 수상했으며, 올해도 이 분야에 출품하는 한편 세미나도 개최했다. 이 행보의 중심에는 ‘덴츠 랩 도쿄(Dentsu Lap Tokyo)’라는 특화된 팀이 존재하는데, 그들은 주로 스포츠 분야에 이 기술을 적용하는 실험을 계속하고 있다. 경기를 제대로 관전하려면 그 종목의 규칙이나 기술을 알면 좋다.
 
예를 들면 유도의 경우 ‘업어치기 한판’이라는 것을 누구나 알고 있기 때문에 평소 유도를 즐기지 않아도 경기를 볼 때 큰 문제가 되지 않는다. 그런데 펜싱 종목을 생각해 보라. 방금 어떤 기술이 들어갔는지, 그게 몇 점을 얻는 건지 아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덴츠는 펜싱의 그런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 선수의 신체와 검의 움직임을 모션캡처 기술로 분석하고 그것을 게임처럼 알기 쉽게 그래픽화하는 작업을 시도했다. 선수의 동작을 센서가 읽으면 입력된 데이터와 비교해 18개의 아이콘이 전광판에 표시되는 방식으로, 펜싱 기술을 잘 모르는 사람이라도 경기를 쉽게 이해하고 즐길 수 있도록 데이터 비주얼리제이션했다. 이런 기술들은 향후 2020년 도쿄 올림픽에서도 만나게 될 것으로 기대된다.
 
덴츠는 올해도 이 기술을 이용한 ‘Reviving Legends’ 프로젝트를 출품해 크리에이티브 데이터 부문 골드를 수상했다. 이 프로젝트는 올림픽을 앞두고 재건축되는 도쿄국립경기장의 마지막 날, 관중들 앞에서 펼쳐진 기념 퍼포먼스이다. 1964년 경기장을 개장한 이후 지금까지 이 경기장에서 펼쳐졌던 영광의 순간들을, 덴츠의 데이터 비주얼라이징 노하우를 통해 국립경기장 그라운드에 빛과 사운드로 재생시켜 관중에게 감동을 줬다.
또한 덴츠는 주로 인간의 신체가 만들어내는 데이터의 비주얼리제이션에 집중 투자하고 있다. 그 이유를 덴츠의 Executive Planning Director 야마모토 코이치의 세미나에서 짐작해 볼 수 있다. 그는 크리에이티브적인 데이터 활용 기술은 결국 AI(인공지능) 분야에서 핵심적으로 사용될 것이라고 밝히며, AI는 자신들이 바라보는 다음 세대의 대세가 될 애플리케이션이라고 밝혔다.
여기서 흥미로운 점은 AI는 미래 로봇 분야의 핵심 기술이 될 것으로 예상되는데, 이번 칸에서 발표한 덴츠의 또 다른 프로젝트가 바로 ‘마츠코로이드(Matsuko-roid)’라는 로봇 프로젝트인 점이다.
이 프로젝트는 마츠코 디럭스라는 실제 일본 연예인과 똑같은 외모를 가진 휴머노이드를 만들어 TV쇼에 출연시키고, 또한 덴츠의 콘텐츠로서 다방면에서 활약하게 한 것이다. 일본은 최근에 소프트뱅크에서 커뮤니케이션 로봇인 ‘페퍼’를 출시하는 등 다른 나라보다 한발 먼저 로봇 사회로 변하기 시작했는데, 덴츠의 궁극적인 목표는 단지 2020년 도쿄 올림픽용 투자가 전부가 아니라 어쩌면 데이터 비주얼라이징으로 시작해 AI 개발과 향후 인공지능 로봇 개발까지도 염두에 둔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이미 광고 에이전시의 규모를 벗어났다고 평가받는 덴츠, 차후 행보가 또다시 주목되는 이유이다.

 

1. 실존 인물과 똑같이 생긴 휴머노이드를 등장시킨 ‘마츠코로이드(Matsuko-roid)’ 프로젝트.
2. 9.11테러 희생자들을 추모하기 위해 개관한 ‘911 추모 박물관’은 데이터의 관점으로 크리에이티브를 발휘했다.

  
데이터로 살아있는 스토리를 만든 ‘911 추모박물관’
데이터 얘기를 하면서 이번에 신설된 Creative Data 부문 그랑프리를 빼놓을 수 없을 것이다. Creative Data 부문은 데이터를 이용해 스토리를 찾아내고, 소비자를 참여시키는 과정에서 데이터를 얼마나 크리에이티브하게 활용했는지를 평가하는 부문이다. 아쉽게도 첫 그랑프리 수상작은 나오지 않았다. 심사위원장이었던 영&루비컴 글로벌 CEO인 데이비드 세이블은 수상작이 없는 이유에 대해 “데이터가 스토리의 핵심 아이디어라는 것은 기존의 전형적인 내러티브 스토리텔링에서 벗어나야 한다는 것을 전제한다”라고 밝히며, “첫 수상작은 앞으로 두고두고 벤치마킹 대상이 될 것이므로 그 눈높이를 더 높이고 싶었다”고 말했다.
그랑프리는 없지만 골드 수상작은 여러 편 있었다. 앞서 언급한 덴츠 프로젝트 외에도 9.11테러 희생자들을 추모하기 위해 작년 5월에 문을 연 뉴욕의 ‘911 추모박물관’ 역시 주목할 만한 작품이다.
추모박물관에는 9.11 희생자들의 사진을 비롯한 1만 2500점의 전시물과 소방 · 재난 담당자들의 교신 등 1995건의 음성기록, 그리고 테러범들이 공항에 들어서는 장면 등 580시간 분량의 영상기록이 보관돼 있다. 추모박물관은 이것을 유물이 아니라 데이터의 관점으로 해석해 크리에이티브를 발휘하면 박물관의 설계 자체가 달라질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줬다.
앞서 2011년 개장한 추모공원 당시부터 건축가 마이클 아라드는 희생자의 이름이 새겨질 모뉴먼트를 설계하면서 단지 알파벳순으로 이름을 나열하고 싶지는 않았다고 한다. 그는 유족들에게 희생자들의 관계에 대해 질문하는 메일을 보내 1000여 장의 답신을 받았다. 그는 이 내용을 바탕으로 컴퓨터 알고리즘을 사용해 이름을 배치했다.
배치에는 희생자의 직장동료였는지, 희생된 구역에서 같이 일했는지 등 인간적인 관계가 반영됐고, 결과적으로 영면한 이들이 친구나 동료 옆에 머물 수 있게 됐다.
추모박물관은 더 나아가 9.11과 관련된 경험과 뉴스를 수집해스토리화하는 시스템을 갖췄는데 그 가운데에 타임스케이프라는 전시물이 있다. 이것은 사건 발생부터 현재까지 전 세계 유력 언론의 9.11 관련 모든 기사 데이터들을 시간 순서와 연관성을 계산한 알고리즘으로 비주얼화한 영상 전시물이다. 사건이 시간이 흘러감에 따라 역사에 미치는 영향을 시각적으로 느낄 수 있게 해준다. 칸은 역사적 사건을 그저 흘러간 과거의 기록으로만 남기는 것이 아니라 데이터를 활용해 현재까지도 영향을 미치는 살아있는 스토리로 만들고 그것에서 교훈을 얻게 한 아이디어를 높이 평가했다.
 
 
TECH
AI, IoT, 홀로그램, 바이오매트릭스, VR(Virtual Reality), AR(Augmented Reality), 스마트폰 등 많은 테크놀로지가 출품작이나 세미나를 통해서 선보였다. 그중에서도 2014년 큰 도약을 이뤘다고 칸에서 주목했던 가상현실에 대해서 말하고자 한다. VR, 즉 가상현실은 사이버 공간에서 체험되는 현실을 말한다. 가상현실은 우리의 지각을 자극하는 새로운 수단으로 각광받고 있는데, 관람자는 단순히 관람하는 수동적인 존재가 아니라 능동적인 참여자가 되는 것이 특징이고 그런 점에서 앞으로 브랜드 커뮤니케이션에 있어 대단히 중요한 수단으로 부상할 것이 예상된다.
VR 기술은 그 출발이 3D 영상기술과 밀접하게 관련돼 있다. 불과 몇년 전, 소니와 마이크로소프트는 3D 안경을 쓰고 플레이하는 게임이 대세가 될 것이라고 발표했다. 그리고 그 이후엔 체감형 게임의 시대가 될 것이라며 키넥트와 PS무브로 호들갑을 떨었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두 가지 기술은 대세가 아니었음이 판명됐다. 현재 게임 유저들은 여전히 2D 디스플레이를 통해 플레이하고 있고, TV 쪽도 마찬가지다.
얼마 전 열린 E3 2015에서 그들은 이것이 미래라며 HMD(Head Mounted Display) 방식의 VR 기기들을 선보였다.
최근까지도 VR 기기들은 대중적으로 성공하긴 어려워 보이는 게 사실이다. 하지만 페이스북이 오큘러스를 인수하면서 수많은 경쟁자가 시장에 진입했으며, 그중에서도 2014년도에 대중들에게 VR 기기의 보급을 앞당기고 그로 인해 관련 콘텐츠의 생산을 더욱 가속화해 VR 시장의 대중화 가능성을 더 긍정적으로 만들어 준 주인공이 있다.
그것은 VR의 강자 오큘러스도 아니고 게임 산업의 강자 소니도 아닌, 바로 구글이 만든 카드보드 VR 기기이다.
 
칸에서 바로 이 구글 카드보드가 모바일 그랑프리를 수상했다.
모바일 부문 심사위원장은 심사평에서 “모바일 카테고리를 새로운 레벨로 밀어 올린 캠페인들을 고르는 것이 심사 기준이었는데 구글 카드보드가 딱이었다”고 밝혔다. 구글 카드보드는 멀고 어렵게 느껴지던 가상현실을 고작 10달러짜리 골판지 상자로 체험케 함으로써 가상현실의 ‘민주화’를 실현했으며, 또한 유저들에게 굉장히 새로운 경험을 제공해 모바일을 새로운 단계로 레벨업시키는 데 공헌했다고 평가받았다. 개인적으론 아직까지의 VR 콘텐츠들은 보이는 배경 상황을 자유롭게 컨트롤할 수 있는 완벽한 VR이 아니라, VR의 초기 단계인, 단지 관람용으로 제작된 360° 영상 콘텐츠가 대부분이라고 생각한다. 앞으로 보다 발전된 VR 콘텐츠들은 2~3년 이후 게임 쪽에서 먼저 나올 것으로 기대된다.
전문가들에 의하면 VR 하드웨어 시장은 다음 3년 동안 130배 증가할 것이라고 한다. 보는 것에서 체감하는 것으로 사용 경험을 바뀌게 할 이 새로운 커뮤니케이션 수단이 앞으로 얼마나 퀄리티가 향상될지, 얼마나 사람들이 빠져들게 될 것인지 주목할 필요가 있다. 올해 칸에서 주목한 VR을 활용한 크리에이티브에는 다음과 같은 것들이 있다.

 

3. 2015 칸 국제광고제에서 모바일 그랑프리를 받은 구글 카드보드.
4. 도스 에퀴스에서 만든 VR 게임 ‘Most interesting man in the world’.
 
Most interesting man in the world
하이네켄 계열의 멕시코 맥주인 도스 에퀴스에서 할로윈 이벤트를 위해 만든 VR 게임이다. 유저는 가면무도회에 초대돼 그곳에서 벌어지는 사건을 체험하게 된다는 어드벤처 형식의 게임. 단지 VR 경험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웹사이트로 확장해 이어지도록 구성된 캠페인이다. HAVAS 월드와이드 작품.
 
Clouds over Sidra
12살짜리 시리아 난민 시드라에게 초대돼 요르단의 자타리 캠프를 VR을 통해 경험케 한 캠페인이다. 난민촌의 환경에 놓인 유저가 그들과 감정적 유대를 강화해 기부에 동참하게끔 하려는 목적으로 VR 기술을 활용했다. VR 관련 콘텐츠 제작사인 VRSE 프로덕션 작품.
 


1. 기부 확산에 VR 기술을 활용한 캠페인 ‘Clouds over Sidra’.
2. 구글과 볼보가 함께 만든 ‘Volvo Reality’.

Volvo Reality
최초의 자동차 VR 시뮬레이션 콘텐츠로, 구글이 카드보드의 테스트를 위해 볼보와 협업으로 만든 콘텐츠이다. 잠재 고객들에게 자신이 볼보의 운전석에 앉아있는 모습을 VR 경험으로 제공한다. R/GA 작품.
 
 
IDEAS
이번 칸에는 테크놀로지를 활용한 아이디어가 굉장히 많았다.
그중에서 개인적으로 눈에 띄었던 작품을 소개하고자 한다.
 
3 words to address the world
영국의 ‘what3words’라는 스타트업에서 만든 앱 형태의 네비게이션 플랫폼은 이노베이션 부문 그랑프리 수상작이다. 전 세계 국가의 75% 정도가 아직도 제대로 된 주소 시스템을 갖추고 있지 못해 그곳에 사는 사람들에게 구호단체나 경찰이 도움을 주려면 많은 불편함을 겪는다고 한다. 이 앱은 전 세계의 지도를 가로 3m, 세로 3m 정방형의 유닛으로 세분화하고, 그 유닛 하나당 특별한 알고리즘에 의해 랜덤하게 선택된 3가지 단어를 할당한다. 이에 따라 전 세계의 어느 지점이든 외우기 쉽게 조합된 3가지 단어만 알면 찾을 수 있다.
가령 우리 회사 앞의 횡단보도 옆 휴지통 부근을 이 앱으로 찾아보면 ‘underway’, ‘belong’, ‘changing’이라는 단어가 조합된 주소가 나오는 식이다. 기존의 위도, 경도가 같은 역할을 할 수 있지만 그것은 정확한 위치를 찾으려면 대단히 복잡한 소수점 숫자까지 들어가야 하는 등 사용에 불편한 점이 많다. 그래서 이러한 앱이 실용적으로 쓰일 수 있는 기회가 많이 있을 것이고 실제로 구호단체가 물품을 보내거나 하는 데 이용되고 있다고 한다.
이노베이션 부문은 혁신적인 브랜드 제휴 아이디어나 비즈니스 솔루션을 가리는 부문인데, 이 부문 심사위원장의 심사평에 의하면 혁신적인 기술뿐 아니라 익스피리언스 디자인에도 중점을 둔 작품들을 원했고, 무엇보다 복잡하고 어려운 것보다 “아름다우리만치 단순한” 작품에 높은 점수를 줬다고 한다. 또한 창의적인 내러티브보다는 창의적인 발상을 더 중요시해 올해 ‘셀카봉’이 출품됐다면 수상했을지도 모른다는 농담을 하기도 했다.
 


3. 3개의 단어 조합으로 이뤄진 주소를 통해 전 세계 어느 곳이든 찾을 수 있게 해주는 네비게이션 플랫폼 ‘3 words to address the world’.
4. 홀로그램 형식의 시위 프로젝트 ‘Hologram for freedom’.

 

Hologram for freedom
지난 2014년 말 시티즌 시큐리티(Citizens Security)라고 불리는 새로운 공안 법안이 스페인에서 통과됐다. 이 법안은 국회의사당 등 주요 기관 앞에서 시위를 하면 벌금을 부과할 수 있도록 해 정부 비판을 억누르기 위한 것인데, 이 법안에 반대하는 시민단체에서 처벌을 피할 수 있는 새로운 형태의 시위를 세계에서 처음으로 시도해 전 세계적으로 화제가 됐다. DDB 스페인이 지역 NGO와 함께한 이 캠페인은 법안 시행에 반대하는 사람들 2000명 정도의 얼굴과 몸을 비춘 이미지 데이터를 캠페인 사이트를 통해 모집한 뒤 1시간 분량의 시위 행진 영상으로 만들어 그것을 홀로그램 형식으로 국회의사당 앞에서 투사한 세계 최초의 홀로그램 시위 프로젝트이다.
이 프로젝트는 크리에이터들이 해결할 수 있는 문제가 비단 기업체의 홍보나 아프리카의 난민들, 그리고 장애인들 말고도 얼마든지 존재한다는 것을 깨닫게 해줬다. 한편 테크놀로지에 비해 뒤처진 법령에 대한 세계적인 논란도 유발시켰다. 어쩌면 향후에 역사책에 기록으로 남게 될지도 모를 캠페인이라는 것이 이 캠페인을 칸의 많은 작품들 중에서 눈에 띄게 만들었다.
 
 
EPILOGUE
끝으로 이번 칸 국제광고제가 우리 제일러들에게 시사하는 점에 대해 개인적인 소견을 피력함으로써 글을 맺고자 한다. 우리 회사도 이번에 ‘룩앳미’, ‘아침은 왕처럼’, ‘글동무’가 좋은 평가를 받았고 칸에서 매년 수상작을 배출하는 글로벌 에이전시이다. 그렇지만 아직도 경제적인 위상에서 우리보다 못한 인도나 남미의 에이전시가 비교적 더 주목받는 것 또한 사실인 것 같다. 또한 이번엔 유독 전통적인
에이전시보다 Droga 5나 RG/A 같은 디지털 독립 에이전시들이 주역으로 떠오른 무대였다는 점을 감안한다면, 글로벌 무대에서의 명성을 위한 전략적인 고민이 더 필요한 것 같다. 또한 아직 위협적인건 아니지만, 이번 칸에서 보여줬던 몇몇 신진 국내 에이전시들의 적극적이고 도전적인 행보는 앞으로 10년 후 국내 광고 시장의 새로운 지각 변동에 대한 예고로도 보였다. 지역의 한계를 넘어서 글로벌 스탠다드로 갈 것인가, 아니면 덴츠처럼 그들만이 앞서갈 수 있는 영역을 확실히 개척해 나갈 것인가. 장기적 관점에서 우리의 역량을 집중할 필요가 있다고 느낀 2015 칸 국제광고제였다.
 
Digital Feed는 제일기획의 디지털 전문가들이 최신 디지털 테크놀로지 동향과 마케팅 및 콘텐츠 트렌드, 제일기획 성과 등을 폭넓게 다루는 칼럼이다.



Posted by 크리에이티브를 여행하는 히치하이커 ArthurDen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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